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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어도어 새 이사진에 하이브 C레벨, 이사회 장악할까⑪음악 전문가 및 외부 인물 배제…음악적 개성 존중 해석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24 08:29:41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의 새 판을 짠다. 하이브 소속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어도어의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모두 하이브의 C레벨 임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사내이사에 음악제작 전문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이브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와 분쟁을 겪은 만큼 이사회를 장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하이브 임원을 지낸 데다 주주간계약이 안전장치가 될 것을 믿고 민 대표 측을 크게 견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 민 대표를 해임하는 데 고전한 만큼 이번에는 하이브 측 임원으로만 어도어 이사회를 꾸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도어 새 이사진 후보, 전원 하이브 측 경영전문가로

23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31일 열리는 어도어의 임시 주주총회에 하이브 소속 김주영 CHRO와 이재상 CSO, 이경준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누가 대표이사에 오를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등기상 대표이사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어도어 사내이사 후보 3인의 역할과 범위, 조직안정화와 지원 방안 등은 결정 되는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냈다.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진 명단을 새로 꾸린 것은 민희진 현 어도어 대표이사 해임을 추진하는 데 따른 조치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정황을 포착했다는 주장과 함께 민 대표와 함께 현재 어도어의 다른 이사진을 모두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어도어의 다른 사내이사로 신동훈 부사장과 김예민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

하이브가 내부 임원을 어도어의 새 사내이사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은 일찍부터 나왔다. 실제로도 하이브가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어도어 이사회 후보에 나설 인물을 자천타천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전원 경영전문가로 어도어 이사회 후보 명단을 구성한 것은 예상 밖의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가 한두달 만에 어도어의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할 경우 인력풀이 빈약해보일 수 있어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알아봤다”며 “주요 레이블의 창업자까지 포함해 모든 대표와 임직원을 면밀히 살펴보며 명분과 실리를 잡을 수 있는 인선을 진행하고자 애썼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음악 전문가가 아닌 경영 전문가로 이사회를 꾸려야 어도어의 음악적 개성이 훼손됐다는 오해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음악적으로는 아무런 색채도 띠지 않는 경영전문가를 어도어 이사회에 전진배치해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는 뜻이다.

한때 하이브 내부에서는 소성진 쏘스뮤직 창업자나 한성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창업자 등 레이블 창업자도 유력하게 거론됐다. 걸그룹을 육성한 경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어도어의 IP(지식재산권)가 뉴진스인 만큼 자칫 아티스트가 음악적 개성을 잃는다는 오해를 받거나 레이블 간 음악적 개성 확보라는 명분이 퇴색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쏘스뮤직은 걸그룹 르세라핌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등이 소속되어 있어서다.

◇경영권 분쟁의 ‘교훈’, 어도어 이사회 장악력 확보 의도

이번 후보 추천으로 하이브가 어도어의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의 핵심 의사결정권자로 어도어의 이사회를 새로 꾸려 경영에 직접 관여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어도어는 민 대표와 그 측근으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어 하이브가 레이블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처음부터 어도어의 이사회가 민 대표와 그 측근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건 아니다. 당초 이창우 하이브 기업전략실장과 이경준 CFO가 어도어 사내이사로 민 대표와 함께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25일 이 둘이 물러나면서 어도어 이사회가 민 대표의 측근으로만 구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가 지난해 초 어도어의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하이브와 재직조건, 지분 매각 조건 등이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는 주주간계약을 맺은 만큼 별다른 잡음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 대표가 어도어 지분을 확보한 시점과 어도어 사내이사진의 교체 시점이 맞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어도어의 이사회 구성은 다른 레이블과 확연히 달라졌다. 하이브는 국내 레이블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경영 주도권을 하이브 측의 경영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을 선호했다. 어도어를 제외한 빅히트뮤직,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등의 이사회가 실제로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하이브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어도어의 이사회도 다른 레이블처럼 꾸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어야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이브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가 어도어의 이사진으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민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하이브는 조만간 열릴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 등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할 수 없다. 법원 판결은 임시 주총일 하루 전인 30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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