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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의 '승부수' 플레디스엔터 인수, 성적표는⑨실적 4배 증가, 산하 레이블 중 매출 상위 2위…세븐틴 IP가 효자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20 08:32:03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은 하이브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인 해다. 그 해에만 무려 두 곳의 엔터테인먼트기업을 인수했다. 바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다.

특히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에 인수된 뒤 자산총액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국내 레이블 가운데 빅히트뮤직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엔터사로 거듭났다.

핵심 IP(지식재산권)는 세븐틴이다. 세븐틴은 2015년 데뷔한 다국적 보이그룹인데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계보를 이어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를 진행, 해외 팬덤의 국내 방문을 이끌 만큼 파급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무적 리스크 감수하고 플레디스 안았다

16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품에 안긴 지 올해로 만 4년이 됐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5월 19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편입됐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가 국내에 거점을 둔 레이블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한 엔터사다. 하이브는 당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 85%를 인수하는 데 2000억원을 썼다. 2019년 말 기준 하이브의 현금성자산이 1600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위험부담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하이브는 당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인수자금을 KDB산업은행의 인수금융을 활용해 조달했다. 하이브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느라 2019년 말 100%정도였던 부채비율이 2020년 상반기 300%가 넘게 치솟았다.

하이브가 2020년 9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해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 해당 차입금을 상환하긴 했지만 자칫 IPO에 어려움을 겪었더라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이브가 재무적 부담을 각오하며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건 아티스트 라인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절실함 때문이었다. 이는 IPO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요소였다. 당시 하이브의 최대 리스크로 BTS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 지목돼서다.

2019년 하이브는 BTS 외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쏘스뮤직의 여자친구 등 IP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BTS의 매출비중이 전사의 97%에 이르렀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야 BTS의 매출의존도가 80%대로 떨어질 수 있었다.

그만큼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라인업은 화려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7월 설립된 뒤 손담비, 가희, 애프터스쿨, 뉴이스트, 세븐틴 등을 배출했다.

특히 세븐틴과 뉴이스트의 기세가 좋았다. 세븐틴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해마다 전체 아티스트 앨범 판매 순위에서 10위권에 들었다. 2019년에는 BTS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븐틴이 주도하는 실적성장세 '계속'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덕분에 하이브는 BTS의 군백기(군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견딜 수 있었다. 2023년 하이브는 BTS 일부 멤버들이 군복무로 인해 활동을 하지 못했는데도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실적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BTS의 매출비중은 30%대로 축소됐다.

하이브는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핵심 IP로 세븐틴을 먼저 꼽는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는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BTS로 인해 하이브가 초반에 성장했고 뒤이어 다른 아티스트가 힘을 발휘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지난해에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뉴진스, 르세라핌 등의 활약에 힘입어 BTS의 매출 비중이 33%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 3272억원을 기록, 하이브의 국내 레이블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중 매출 1위가 BTS를 보유한 빅히트뮤직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하이브에 인수된 뒤 실적성장세도 가팔랐다.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매출 802억원, 영업이익 197억원을 냈다. 그러나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편입된 뒤 매출은 4.1배, 영업이익은 3.9배 증가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븐틴은 2017년부터 해마 앨범 판매량 기준 연간 상위 10위에 진입해 데뷔 초부터 상당한 팬덤을 보유했는데 하이브에 인수된 뒤부터는 연간 앨범차트 3위에 진입했다"며 "하이브의 전폭적인 지원을 팬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간접 매출 확대라는 높은 시너지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세븐틴이 2025년 매출 6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하는 IP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했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실적전망도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븐틴은 4월 29일 앨범을 발매한 것 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활발하게 콘서트 활동을 벌였다.

3월 말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세븐틴 앙코르 투어 ‘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은 관객 5만6000여명을 동원했다. 도시 곳곳을 세븐틴 관련 콘텐츠로 꾸미는 더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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