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엠, SK하이닉스 이어 해외고객 확보 '초읽기' 핵심 장비 역수출 기대, 반도체 투자 재개 수혜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25 07:31:24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이엠(구 에이피티씨)의 해외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와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좋은 평가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르면 내년 초 거래 성사 가능성도 제기된다.지난해 장비 공급이 사실상 전무했으나 올해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캐파) 증대에 나서면서 브이엠도 반등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는 시점에서 국내외 고객과 동시 협업한다면 관련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식각 본고장' 진출 노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브이엠은 해외 시스템반도체 업체와 메탈 에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중 데모 장비를 돌려보고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주요 지표를 수집하는 일정이다.
통상 데모 장비 평가가 잘 끝나면 본제품 발부로 이어진다. 현재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는 후문이다. 이대로면 2025년 상반기 계약 체결이 유력하다.
에처는 반도체 필수 공정 중 하나인 식각 단계에서 쓰인다. 식각은 노광 공정이 끝난 뒤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이중 메탈 에처는 알루미늄, 텅스텐 등 금속 막질을 깎아낸다. 브이엠은 '나르도'라는 자체 메탈 에처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고객이 브이엠의 메탈 에처에 만족하는 눈치"라며 "실제 계약이 이뤄지면 외산 비중이 높은 식각 장비를 역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용 식각 장비의 경우 미국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등이 장악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양사와 밀접한 관계다. 각각 세메스, 브이엠이 일부 대체하고 있으나 점유율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
브이엠은 SK하이닉스 공급망 내에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다만 대부분 SK하이닉스에서 주문이 발생하다 보니 실적 부침이 불가피했다. 특히 메모리 산업은 사이클을 타는 분야여서 업황 기복이 분명하다.
이번 신규 고객 확보에 브이엠이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단순히 고객군을 확대하는 점 외에도 시스템반도체 시장 진입, 해외 공략 본격화 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글로벌 기업과의 접점을 만들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해당 고객 입장에서도 협력사를 추가하면서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압도적인 지위를 가진 장비사들이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브이엠이 가세하면 일정 부분 판가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 고객 역시 주요 거점에서 캐파 확장이 한창인 만큼 식각 설비 조달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도 된다.
브이엠에 따르면 해외 영업 최전선에는 최우형 대표가 서 있다. 최 대표는 최근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임종필 대표에 국내 영업 등을 맡기고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김남헌 전 대표와의 소송전 등으로 사세 확장이 제한적이었으나 관련 이슈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영토 확장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최 대표는 김 전 대표 시절과 다른 특허, 기술, 방식 등으로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쾌속질주' SK하이닉스, 추가 계약 체결
브이엠은 이달 12일 SK하이닉스와 11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맺었다. 올 3월(110억원)에 이어 2024년에만 공식적으로 2건이 체결됐다.
지난해 유례없는 메모리 불황으로 SK하이닉스가 자본적지출(CAPEX)을 대폭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브이엠은 1대 내외 납품에 그쳤다. 올해는 두 자릿수까지 증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이천 M16 팹 증설에 속도가 붙은 영향이다. M15X는 당초 일정보다 당겨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에 따른 10나노미터(nm)급 5세대(1b) D램 생산량 확대가 주목적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SK하이닉스발 주문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다만 장비사들과 SK하이닉스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작년 구두 약속한 물량이 협력사 재고로 남은 사례들이 있어서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품은 세대전환 등 사유로 그대로 활용하기 애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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