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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반도체 생존게임] '엔비디아 피해라' K팹리스, 독자영역 구축 초점③GPU 대신 NPU, 서버보다 에지 집중

김도현 기자공개 2024-07-31 13:02:13

[편집자주]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 추진으로 국내 AI 반도체 업계를 향해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토종 '빅3' 중 2곳이 뭉친 데 따른 시너지 기대와 스타트업의 한계를 보여준 단면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지난해부터 AI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이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종 AI 반도체를 둘러싼 상황과 성공 가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엔비디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구현을 위해 필요한 AI 서버의 핵심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이기 때문이다. 독점 구조가 점점 굳어지면서 후발주자의 진입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기 위한 그룹과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그룹으로 나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시장 발굴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도 체급 차이가 분명한 엔비디아와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분야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딥엑스·모빌린트·디퍼아이 등 '우회로' 찾는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대기업, 빅테크, 연구원 등 출신 엔지니어가 관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를 설립하는 행보다.

빅3로 꼽히는 리벨리온, 사피온, 퓨리오사AI는 '탈엔비디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사 또는 플랫폼 업체와 손을 잡고 데이터센터 등에서 쓰이는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부 테스트에서 엔비디아 칩보다 성능 우위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동급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고, 레퍼런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성업체들이 이를 채택하기는 쉽지 않다.

NPU 활용 사례를 늘리고 가격, 전력효율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야만 엔비디아 GPU를 대체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규모가 압도적인 시장인 만큼 침투가 하나둘씩 이뤄지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반면 이제 막 확산 중인 에지(Edge) 부문으로 눈을 돌린 곳들도 있다. 에지는 데이터센터 기반으로 돌아가는 서버와 반대되는 영역으로 디바이스, 소규모 서버 등을 망라하는 카테고리다.

시스코, 애플 등을 거친 김녹원 대표가 이끄는 딥엑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차례 AI 반도체 격전지가 스마트폰, 로봇, 차량 등 에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모바일 기기 중심으로 '온디바이스 AI'가 부상하면서 에지 반도체 응용처가 넓어지는 추세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에지 반도체에서는 전력효율이 최우선 가치로 꼽힌다. 대규모 쿨링 솔루션 등을 갖출 수 있는 데이터센터와 달리 최소한의 공간만 허용되는 에지에서 발열 이슈가 큰 탓이다.

카이스트(KAIST) 출신 신동주 대표의 모빌린트도 딥엑스와 추구하는 방향이 유사하다. 전력효율을 최대화하면서도 비교적 낮은 가격, 고객 최적화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엠텍비전, 삼성테크윈 등에서 근무한 이상헌 대표의 디퍼아이도 에지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칩간 통신'이라는 자체 기술을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엔비디아 같은 공룡이 에지 AI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버 AI를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파이가 작은 에지 분야까지 컨트롤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국내 팹리스 업계에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과 팹리스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들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디자인하우스 업계 관계자는 "(북미 대비) 국내 서버 시장이 크지 않다 보니 고객을 유치하거나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며 "에지 쪽을 공략하는 노선으로 변경했다. 토종 AI 반도체사와 협업하면서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퀄컴 등 글로벌 기업 약진 위협, 발 빠른 대응 필요

에지 AI는 자율주행,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국방 등으로 응용처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점차 에지 AI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커진다는 뜻으로 플레이어 증가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서버 AI에 몰두하던 빅테크도 에지 AI에 시선을 두고 있다. 모바일 및 통신 기술에 특화된 퀄컴이 대표주자다. 퀄컴은 주력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앞세워 'AI폰' 상용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확장현실(XR) 기기, AI 노트북 등에도 손을 뻗으면서 에지 AI와 가까워졌다.

기존 이스라엘 헤일로, 대만 크네론 등도 위협적이다. 해당 업체들은 모빌린트, 디퍼아이 등과 경쟁 중이다. 이스라엘과 대만은 뛰어난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나라들이다. 유럽, 북미 네트워크도 확고하다.

이처럼 해외 기업이 몸집을 키워가는 상황에서 국내 AI 반도체 업계의 기민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들과 협업할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등 연계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연이어 국산 AI 칩들이 출시된다. 이때 국내외 고객에 충분히 어필하고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몇 차례 나와준다면 초기 주도권을 잡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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