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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소재업계의 '불황 견디기' [thebell note]

김위수 기자공개 2024-08-05 08:20:42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라리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뻔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토로했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생산능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뒤였다.

생산능력 목표를 낮추는 일은 기업의 사정 혹은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두 사안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다면 투자계획을 조정할 이유가 없다. 이차전지 업체 중에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보 계획을 아예 밝히지 않는 곳도 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의 생산능력 목표 조정은 명백히 후자의 영향이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조정하자 배터리사들의 공급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그 여파가 소재사에도 미쳤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투자계획을 미루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중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양극재 대표 기업들은 모두 투자계획을 재검검하는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 하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포스코퓨처엠은 이미 양극재를 포함한 배터리 소재 투자를 조정한 상태다. 양극재가 아닌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동박(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 등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전방위적 투자계획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실적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언급된 소재사들 모두 올 상반기 일제히 실적 악화를 겪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둔 배터리사들은 그나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수령해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현지 투자를 시작하지도 못한 소재사들에게는 먼 얘기다.

사실 소재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지금처럼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일이 최선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완전히 기다리고만 있지는 못한다. 물밑에서 시장 반등 시기에 원활한 사업 진행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좋은 사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투자계획은 다소 지연된 상태다. 투자를 서두르기보다는 계획을 더 완벽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신식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친환경 발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공장이 최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결국 불황을 잘 지내는 법은 물 들어올때 저을 노를 단단하게 하는 일 아닐까. 반등을 기다리는 이차전지 소재사들이 불황을 잘 지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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