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려졌음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삼성은 옛날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기업문화가 옅어져가는 모습이 안타깝다."최근 만난 삼성 출신의 삼성전자 협력사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부에 있을 때는 작아 보였던 문제가 외부의 시선으로 보니 너무 크게 느껴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6세대 폴더블폰과 함께 출시한 '갤럭시버즈3 프로' 품질 논란에 휘말렸다. 디자인과 성능에서 전작 대비 큰 변화를 준 최신 무선이어폰으로 인공지능(AI) 기능까지 탑재한 기대작이다.
하지만 사전 구매 이용자들로부터 이어팁 손상, 이어버드 단차, 발광다이오드(LED) 밝기 차이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애플의 '에어팟'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완성도 측면에서도 비판이 불가피했다.
삼성전자는 공식 사과하는 동시에 사전 판매 물량 회수 조치에 나섰다. 비정상 제품 비중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이슈로 국내외 배송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무선이어폰 판매량 감소를 넘어 실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갤럭시S22' 시리즈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사태로 홍역을 앓은 지 2년 만에 재발한 품질 논란이다. '갤럭시노트7'의 폭발 악몽이 회자될 정도로 내부 분위기가 심각했다는 후문이다. 중저가 모델에서는 중국, 플래그십 모델에서는 애플의 기세에 밀리는 상황에서 뼈아픈 결과다.
또 다른 주력인 반도체 사업도 비슷한 처지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파운드리 분야에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이 발목을 잡으면서 각각 SK하이닉스, TSMC에 밀리고 있다.
연이은 경쟁력 저하는 약 30년 전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시한 '애니콜 화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1995년 휴대폰 불량률이 두 자릿수까지 치솟자 이 선대회장은 "모조리 회수해 공장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태워 업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구미사업장에서 15만대의 휴대폰을 쌓아 불을 붙였다. 약 500억원 어치 상품이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됐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러한 파격 행보는 결과적으로 2010년대 갤럭시 신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계속된 이미지 및 신뢰 하락은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에 뒤처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업체들이 그랬다.
도자기에 작은 흠을 발견한 장인은 겉보기에 멀쩡한 도자기를 가차 없이 깨버린다. 이런 정신이 걸작을 만들어왔다. 취임 이후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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