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밸류에이션 검증 미흡" 전문가들 공모형 방식 경고시장 침체기 미매각 물량 손실률 상승...자전거래성 회수 방식 지적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4-08-13 10:09:21
[편집자주]
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9: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뚜렷이 존재한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은 투자계약증권의 제도권 안착을 바라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투자모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부정적 견해의 주된 주장은 투자자산으로서 미술품이 갖는 고유한 특성에 비춰볼 때 현재와 같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는 공모형 자금조달 방식은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술품은 다른 자산과 달리 가치평가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계약증권 발행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공모형 자금조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데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도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며 "투자 액수가 크지 않다보니 검증을 덜하게 되고 분위기에 휩쓸리는 투자가 이뤄지기 쉽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예술품은 연평균 수익률이 다른 자산 대비 높은 상품이 아니며 개인 심리적 선호,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도구라는 점에서 낮은 기대수익을 보상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들만 투자가능한 고수익 상품에 대해 대중들의 투자 기회를 늘린다는 조각투자업체들의 마케팅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주장이다. 금감원에서 조각투자 업체를 살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나 옳은 방향성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 미술시장 침체기, 미매각 물량 리스크
미술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며 미술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을 때는 더 큰 문제다. 올들어 이같은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조각투자의 손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당국의 사업재편 승인을 받았던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테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테사는 과거 공동구매를 진행했던 몇몇 작품들을 평균 30%의 손실을 보고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그 손실을 다 떠안아야 했다. 테사는 당국의 사업재편 승인은 받았으나 제도권 편입 후로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지 않고있다.
이처럼 자금조달이 안되는 상황에서 조각투자사가 손실을 감수하고 작품을 매각해야하는 상황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유동성 부족은 미술품 거래시장의 고유한 특성이다. 기초자산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없이 매입한 작품이라면 손실률은 더 커진다.
일정 수익률로 매각을 완료하는 조각투자업체의 사업 이력에 대해 자전거래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부터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으며 그 전까지는 조각투자업체들의 사업상 제한은 훨씬 적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는 작품을 사오면서 거래 상대방에게 재매수 청구권을 주고 2년이 지나면 되사가게 하는 계약을 맺었다"며 "일회성 거래로 할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 거래가 이어지면 이는 담보대출과 같아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조각투자업체 측은 "공동구매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을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공동구매 투자 물량의 상당비율은 조각투자사가 인수하기 때문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창구는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 2차 시장의 위험성은 또다른 숙제
기초자산의 매각과 관련해 풀어야할 숙제는 또 있다. 높은 가격에 작품 매각이 성사되면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 매입자와의 거래 관계를 생각해보면 반대의 해석이 나온다.
한 미술금융 전문가는 "투자계약증권 기초자산은 매각되면 매각가격을 다 공개하게 되고 일종의 홍보가 되지만 해당 자산을 매입한 상대방 입장에서는 가격이 모두 공개되는 것"이라며 "사업 모델의 지속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투자계약증권의 2차 거래시장도 아직 요원하다. 증권의 2차 거래소가 있어야 유동성이 커지고 수익 회수 창구가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우 투자자 보호는 더 어려워진다. 2차 시장 거래가 허용된 뮤직카우는 얼마전 GOD로 발행한 증권 가격이 2차 시장에서 경매가 대비 급증하며 패닉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전문가는 "미술품 자산의 특성과 맞지 않게 2차 시장에서 가치 변동성은 급증할 리스크가 크고 자산 매각 시기를 결정하는 조각투자업체가 투자자 득실을 결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모두 얘기를 꺼내진 않고 있으나 이미 공감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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