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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룩스-아리바이오 합병의 당위성, '신사업 그리고 조달' '아무도 가지 않은 길' AR1001 다국가 3상 앞두고 자금줄 확보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14 09:45:53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기업 소룩스와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는 양사의 합병에 대한 '우회상장'이라는 시선에 선을 긋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상장을 위한 결단으로 보이지만 편견을 걷어내면 양사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리바이오 입장에선 치매 치료제 임상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가 열렸고 소룩스 입장에선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소룩스-아리바이오 흡수합병 "우회상장 아닌 M&A"

아리바이오는 3차례 기술성평가에서 낙방하며 금융당국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소룩스로 흡수합병 되면 아리바이오는 상장사 지위를 얻는다. 1996년 설립한 소룩스는 조명 분야에서만 업력 30년을 지닌 강소기업이다. LED 조명 관련 기술 등을 앞세워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사실 아리바이오가 소룩스를 통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의문은 타당하다. 표면적으로 조명과 치매 신약개발이라는 두 사업은 연관성이 없다.

두 업체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소룩스는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동시에 아리바이오의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한 업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사는 모두 아리바이오의 우회상장 위한 합병이라는 얘기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양사가 추진하는 건 '인수합병(M&A)'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아리바이오의 자본시장 편입은 부차적 요소일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결정은 양사 주주 모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우회상장 여부에 대한 판단은 한국거래소의 몫이다. 이와 별개로 소룩스가 아리바이오를 흡수합병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양사가 실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회사가 꼭 손을 잡아야만 하는지 합병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이다.

◇임상 비용 조달·성장동력 확보 이해관계 일치…시너지 모색

아리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AR1001'다. 최초의 다중기전 경구용 치매 치료제로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2상 단계서 기술수출하는 기존 전략을 수정해 임상 단계를 진척시켜 파이프라인 가치를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그것도 비상장 바이오벤처가 파이프라인의 임상 3상을 자체적으로 끌고 가는 건 괄목할 만한 일이다. 기술력, 자금력, 노하우 등 여러 요소 중 어느 하나만 빠져도 불가능하다. 아리바이오가 상장을 지속해서 추진했던 건 임상에 들어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상장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2018년, 2022년에 이어 작년까지 세 번이나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기술설평가 당시 임상 3상에 진입하지 못한 점, 구체적인 기술수출 진척 상태에 대한 확인이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제기됐다.

물론 아리바이오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치매라는 적응증 자체가 발병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데다 글로벌 빅파마도 개발을 중도에 포기한 경우가 많을 정도로 난공불락 영역이다. 질병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임상 유효성을 증명하고 규제당국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도 많다.

더욱이 아리바이오가 기평에 도전했던 2022년과 2023년은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대한 금융당국 잣대가 가장 깐깐했던 시기였다. 이제 막 개화한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기전이라는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개척하는 아리바이오에 있어 비우호적인 외부 환경이었다.

이미 임상 3상을 직접 진행하기로 결정한 만큼 하루빨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립할 필요성이 있었다. 기술성평가 재도전부터 스팩 상장, 나스닥 또는 홍콩 등 해외상장 등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소요 기간이나 비용 등이 부담이 됐다. 상장이 주목적이 아니었더라도 흡수합병을 통해 자금 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리바이오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소룩스 입장에서도 아리바이오가 필요하다. 소룩스는 원전용 특수조명 등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LED 조명 시장도 완만하지만 분명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력 시장인 국내 옥외용 조명장치의 경우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소룩스 매출은 3년새 700억대에서 500억대로 줄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바이오사업 진출 즉 아리바이오에 대한 투자다.
조명과 신약개발 사업 간 시너지 및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소룩스는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퇴행성 뇌질환 개발 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정관에 추가했다. 기존 조명 사업에 인지과학 분야를 더해 인지 조명 바이오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체 인지건강 특수조명 개발연구소를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와 R&D에 나서고 있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는 "양사가 진행하고자 하는 건 인수합병"이라면서 "이번 합병은 아리바이오가 AR1001 임상을 성공시키고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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