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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안전장치 vs 담보대출' 재구매약정 놓고 '갑론을박'금감원 "투자자 리스크, 가격왜곡 가능성 면밀히 따질 것"

서은내 기자공개 2024-08-19 11: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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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사 열매컴퍼니가 작품 매입 계약 과정에서 활용한 '재구매약정'을 놓고 업계의 견해가 갈리고 있다. 재구매약정이란 열매컴퍼니가 도입한 일종의 풋옵션이다. 작품을 매입할 때 향후 2년내 작품 매각이 안될 경우 매입가격에 10%를 더한 가격으로 당초 작품을 매각한 상대방이 되사는 조건을 포함시킨 것을 의미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열매컴퍼니는 과거 공동구매를 진행한 다수의 작품들 중 재구매약정을 두고 사온 자산에 대해 지난해 연말 이후 최근까지 매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매각이 지체되는 건들이 발생했고 당초 작품을 매입해온 갤러리들에 매입가의 10%를 추가한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고가의 미술품을 매입하면서 재구매약정(풋옵션)은 향후 손실을 방지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게 열매컴퍼니의 설명이다. 미술품 거래 시장 특성상 작품 판매와 동시에 빠른 대금 수취가 필요한 상대방 업체 입장에서도 재구매약정은 이득이 되는 제안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투자자 자금을 토대로 작품의 매입이 진행되는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의 모델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안의 초점은 달라진다. 재구매약정이 지속적인 미술품 거래 관계에서 반복된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미술품을 담보로 한 대출을 실행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한 미술품 거래업계 관계자는 "미술 시장에서 재구매약정과 비슷한 형태로 작품 매매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다수 투자자 자금을 토대로 하는 제도권에서의 공동구매 사업 구조로 보면 재구매약정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며 "2년간 10%의 이자를 약속한 대부업과 같이 행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열매컴퍼니가 2020년 19억5000만원에 공동구매를 진행한 이우환 작가의 '동풍'.

◇ 열매컴퍼니, 미청산 물량 다수 10% 수익률로 매각

열매컴퍼니가 처음 미술품 매입계약에 거래 상대방의 재구매약정을 포함시킨 것은 2020년이다. 회사는 기존 취급해온 작품들보다 높은 가격대의 작품을 공동구매 자산으로 편입시키면서 일종의 리스크 헤지(hedge)를 위해 재구매약정을 도입한 것으로 밝혔다. 당시 거래상대방은 주영갤러리였다.

열매컴퍼니 관계자는 "재구매약정을 도입한 첫 거래가 주영갤러리와의 거래였고 이후로 여러 곳들과 재구매약정을 많이 맺었다"며 "최근 시장이 안좋아지면서 풋옵션이 체결된 상품들에 대해 10% 수익률로 모두 회수를 마쳤다"고 말했다. 열매컴퍼니는 앞으로도 재구매약정이 내포된 자산을 기초로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얼마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열매컴퍼니가 지난 6월 발행한 2호 투자계약증권 역시 제이앤영글로벌(주영갤러리 계열)로부터 매입한 자산을 기초로 발행됐다. 다만 열매컴퍼니 측은 "2호 증권의 기초자산에 대해서는 매입시 재구매약정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구매약정에 대해서는 거래 이면의 위험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까지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중에서는 재구매약정이 내포된 자산을 기초로 발행된 건들은 없다. 열매컴퍼니가 재구매약정을 두고 편입시킨 자산은 모두 조각투자 사업이 제도화되기 이전의 거래였다.

미술금융 분야 전문가는 "재구매약정 방식의 거래를 특정 업체와 지속한다고 할때 거래 상대방과 특수관계가 없다고만 보기는 어렵고, 미술시장 침체기에 자산 미매각 사태가 몰릴 경우 이같은 방식의 거래들은 더 큰 문제로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감독당국 "매입 특약사항 충실 기재여부 모니터링하겠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심사를 담당하는 감독원의 입장은 어떨까. 감독원은 특약사항에 대해 충실히 기재됐는지 심사할 계획이며 논란의 여지는 종합적으로 따져봐야하는 사안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입거래에서 재구매약정이 있는 자산을 투자계약증권 발행의 기초로 삼을 수 있는지를 단순히 따지기는 어렵다"며 "재구매약정 같은 특약사항이 있는데에도 신고서에 그 내용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 "재구매약정이 특정 투자자에게는 긍정적일 수도, 또 다른 투자자에게는 부정적일수도 있는 사안인 만큼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사안의 공시여부, 기초자산 가치평가나 가격왜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향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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