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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현물이전 점검]적립금 방어 총력 “디폴트옵션 상품 늘려라” 특명③이전 초기 시장 혼란 예상, 일각에선 회의론

황원지 기자공개 2024-10-10 08:08:25

[편집자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했던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다른 사업자로 쉽게 옮길 수 있어 190조에 달하는 DC 및 IRP 적립금의 머니무브가 예상되고 있다. 사업자 사이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퇴직연금 업계의 준비 상황 및 논란거리를 미리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을 앞두고 사업자들이 점유율 확대 뿐만 아니라 방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핵심은 이전이 불가능한 상품이다. 디폴트옵션이나 리츠, 금리연동형 보험 등 현물이전 대상이 아닌 상품의 비중을 늘려 타사로의 이전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한편 현물이전 준비에 혼란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이후에도 움직이는 자금이 적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당초 현물이전이 시작되면 적립금 규모가 큰 은행권에서 거래가 편한 증권업계로 자금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준비가 늦어지면서 회의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물이전 가능 자산 한정…디폴트옵션·리츠 불가능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현물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디폴트옵션에 주목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을 비롯해 리츠, 주식, 보험 등은 이번 제도에서 현물이전이 불가능한 상품으로 분류됐다. 이들 상품에 가입한 계좌는 이동이 불가능하기에 가입자를 늘려 점유율을 지키는 전략이다.

퇴직연금 업계 관계자는 “현물이전으로 190조원에 가까운 자금의 머니무브가 예상되지만, 실제로 이동이 가능한 계좌는 한정적일 것”이라며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계좌는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이러한 이전이 불가능한 상품 가입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현물이전 제도에서 이전이 가능한 상품은 한정돼 있다. 예금, 국채와 통안채 등 정부보증채권, 일반 회사채, 원리금보장 파생결합사채,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이전 대상이다. 반면 주식과 리츠, 파생결합증권, 금리연동형보험, 디폴트옵션은 계좌이전이 불가능하다. 현물이전 불가 상품이 하나라도 포함돼 있다면 이전처럼 현금화 한 이후에만 이동이 가능하다.

주식, 리츠, 파생결합증권 등은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표적인 게 주식이다. 주식은 계좌를 이전할 경우 소유한 시기와 배당을 지급하는 시기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해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디폴트옵션의 경우 권리관계 문제가 없는 자산이지만, 각 사업자들이 최근 도입한 제도인만큼 이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예외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지는 혼란… 금감원, 15일 오픈 여부 점검 나서

한편 준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제도 시행 이후 실제로 넘어가는 고객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현물이전 준비가 완료된 일부 사업자들만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업권에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증권사들에 비해 은행들의 준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업권에서 증권업계로의 머니무브가 예상됐다. 증권사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ETF 등 다양한 상품의 거래가 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 준비 미흡으로 문이 열리지 않으면 이동은 불가능하다. 증권업계에서 노려온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도 어려워진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사업부 관계자는 “증권업권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어느정도 시스템이 구현되고 있지만, 은행권은 아직 진도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가장 규모가 큰 은행권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먼저 제도를 시행하는 증권사들끼리의 출혈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물이전이 시행되면 고객들이 중소형 사업자에서 큰 곳으로 옮겨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은행과 보험 등 타 업권의 제도 시행이 지체된다면 증권업권 내에서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은 각 사업자별로 오픈 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5일에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와 늦어진다면 왜 늦어지는지 사유를 제출받고 있다. 아직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물이전 오픈 이벤트를 진행하는 사업자에게도 따로 사유를 청취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진행 상황과 함께 15일 오픈 여부에 대해 임원 등 책임자 급 인사가 서명한 문서를 제출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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