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인연 '고한승·김경아' 콜라보, R&D 힘준 '삼성 바이오' 삼성종기원부터 인연, 바이오 안착 공신…'신약' 청사진, 달라진 '에피스' 무게감
정새임 기자공개 2024-11-28 08:43:2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에 이은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임명. 삼성전자 인사 후 하루이틀 차이를 두고 계열사 인사를 내는 그간의 관행을 깨고 빠르게 후속인사가 이뤄졌다.삼성그룹의 미래 신수종 사업을 기획하는 미래사업기획단 수장에 바이오 전문가가 선임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그룹 최초 여성 CEO 발탁이라는 상징성까지 안게됐다. 두 사람의 협력관계가 그룹 바이오 사업을 안착시킨데 이어 2라운드 신약개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몰린다.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감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도 관측된다.
◇바이오 힘준 그룹 인사, 최초 비오너가 여성 CEO 상징성까지
27일 오전 삼성전자 인사가 발표된 후 곧바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정기 인사가 이뤄졌다. 통상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인사를 내고 1~2일 뒤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계열사 인사를 낸다.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관행을 깨고 초고속으로 인사가 발표됐다.
13년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이끈 고한승 사장이 삼성전자로 옮기면서 빠르게 수장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다. 차기 수장은 가장 유력시됐던 김경아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대표의 사장 승진 그리고 CEO 임명은 그룹 전체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비오너가 출신 삼성그룹 첫 여성 CEO라는 점에서다. 삼성그룹의 최초 여성 CEO는 오너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2011년 호텔신라 사장으로 올라 그룹 출범 72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CEO 자리에 올랐다.
비오너가 전문경영인 중 사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는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이 있다. 비오너가 출신 첫 여성 사장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됐다. 다만 CEO 타이틀은 갖지 못했다.
김 대표는 14년간 삼성그룹에 재직하며 그룹 바이오 사업 탄생을 일궜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그리고 R&D 성장을 주도하는 기여를 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CEO가 탄생했다는 점은 큰 상징성을 갖는다.
바이오 R&D 전문가인 김 대표는 세포주 개발과 배양·정제 분석, 임상, 허가, 생산운영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창립 13년 만에 9종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받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신사업을 총괄하는 미래사업기획단장에 바이오통 고한승 사장을 앉힌 점도 전격적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유임에 무게가 실렸지만 결과는 그룹행이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지난해 11월 신설된 조직이지만 잦은 수장 교체가 있었다는 점에서 불안한 시각도 있다. 더욱이 1, 2대 단장은 모두 반도체 개발 전문가였다. 바이오 외길을 걸었던 고 사장을 3대 단장으로 앉힌 점은 이례적이다.
다만 1대 단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 구원투수로 삼성전자 주요 보직에 앉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사업기획단이 가지는 무게도 가늠할 수 있다. 이전 단장과 다른 경력인 고 사장을 선임한 건 전혀 다른 방식의 신사업을 그룹도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도약 키 '신약', 그룹 컨트롤타워-신약 R&D 유기적 협력 기대
고 사장과 김 대표. 14년이라는 긴 시간 합을 맞추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일군 투톱. 그들이 각각 그룹,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각자의 활약을 펼치며 또 함께 이룰 콜라보에도 업계는 관심을 갖는다. 두 사람의 유기적인 관계가 이어질 것을 감안할 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감도 남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그룹 내 바이오 최고경영진 가운데 고 사장과 김 대표는 R&D 전문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끄는 존림 대표는 재무전문가로 분류된다.
이를 감안할 때 고 사장과 김 대표라는 R&D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은 삼성그룹이 다음챕터로의 바이오 사업을 구상할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약 10여년간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웠다면 이제는 신약 등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인 셈이다.
그룹 내 신약개발 움직임이 있지만 국내외 유망 바이오텍에 소규모 투자를 했다는 것 외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각 따로 신약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의아함을 낳았다. 바이오 신약 연구를 누가 주도하느냐에 대한 헤게모니가 정립되지 않아 개발 역량이 모아지지 않고 파편화된 양상을 보였다.
이번 인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R&D 주도권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인 고 사장과 김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오랜 기간 바이오 사업에 합을 맞춰오며 긴밀한 협업 관계를 다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시킨 동시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 개발로 분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R&D 역량을 고도화 하는데 집중했다.
앞으로 고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를 총괄하며 흩어져있는 계열사 신약 인프라와 역량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은 성균관대 의과대학과 종합병원 네트워크 삼성의료원이라는 거대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을 통해서는 바이오 투자를 통한 협력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 R&D 첨병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신약 R&D 역량을 끌어올리고 각 계열사가 지닌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동안 각자 영역에서 각개전투 했다면 앞으로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신약개발에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고 사장과 김 대표는 2015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성장을 이끌어오며 오랜기간 합을 맞춰온 관계"라며 "향후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는데 있어 긴밀한 협업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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