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CFO]날개 단 이승조 부사장…차별화된 재무 역량상무 6년·전무 1년 뒤 부사장 승진…주요 계열사 이사회 멤버로도 역할 수행
김현정 기자공개 2024-12-17 10:53:34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4시0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승조 부사장(CFO·사진)은 현대차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반열에 올랐다. 2024년 ‘피크 아웃(Peak Out)’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딛고 높은 수익성과 차별화된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했다.이 부사장은 그룹 곳곳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현대차그룹 3곳의 금융계열사(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커머셜)를 비롯해 오너일가가 일구고 있는 해비치호텔, 현대차의 전략적 투자지 금호익스프레스 등에서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해왔다.
이 부사장은 올해보다 어려운 2025년의 CFO직을 수행하게 됐다. 묵묵히 쌓아온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보다 건실한 '현대차의 모빌리티기업으로의 전환' 과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전무' 6년, '전무→부사장' 1년…이 부사장에 날개 달아준 ‘CFO직’

현대차는 지난해 말 ‘2024년 목표 연간 가이던스’로 매출액 성장률을 4~5%, 영업이익률을 8~9%로 잡았다. 현대차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28조60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조417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8.9%를 기록했다. EBIT/매출액으로 봐도 8.8%로 근래 최대 수치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계속 목표 초과달성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 부사장이 확실한 수치로 실력을 입증했다는 평이다.
차곡차곡 재무 관련 경력을 쌓으며 묵묵히 사내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CFO에 오른 뒤 올 3월 현대차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핵심 자리로 오너의 입장을 이사회에 피력하는 역할 뿐 아니라 반대로 오너에게 조언을 제시하는 위치로 볼 수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020년 정의선 체제에 들어서 현대차는 이사회 한 자리에 CFO를 앉히고 있다. 그룹 내 CFO의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사장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험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비상임이사에 이름을 올려 그룹 사정을 돌아보는 한편,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완전계열사로 편입된 현대캐피탈 뿐 아니라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모두 여전히 최대주주는 현대차인 만큼 세 곳 모두 현대차그룹의 전속금융사(캡티브)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대차 연결 실적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현대차의 CFO인 이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2023년에는 현대차가 지분투자한 금호익스프레스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금호익스프레스에 150억원을 투자한 목적은 수소버스를 금호익스프레스에 공급하기 위함이었다. 현대차 입장에선 양사 협업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 부사장이 프로젝트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역할을 했다.
비슷한 시기 해비치호텔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일했다. 해비치호텔은 '현대가' 오너 3세 정윤이 해비치호텔 고문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정 고문은 2003년부터 해비치호텔에서 근무해왔는데 2023년 말 지분을 몰아받으며 사실상 그룹 호텔 사업을 승계받았다. 정 고문이 경영 시험대에 오르면서 현대차·기아의 CFO가 비상임이사로 참여하며 이 안착 과정을 돕고 있다.
◇CFO직→계열사 수장 '영전 코스'…해외자회사 배당재원·건전성 관리 '과제'
이렇듯 현대차가 그에게 꾸준히 여러 역할을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부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오래 전부터 현대차 CFO는 계열사 수장으로 영전되는 '코스'로 여겨졌다. 박완기 전 현대트랜시스(구 현대파워텍) 대표, 김뇌명 전 기아 대표, 이원희 전 현대차 대표, 최병철 전 현대차증권 대표, 서강현 현 현대제철 대표 등이 현대차 CFO를 거쳐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CEO에 올랐다. 이 부사장 역시 현대차그룹 곳곳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향후 계열사 CEO로도 그룹에 기여할 가능성도 자연스레 점쳐진다.

현재 CFO직을 수행하며 일궈낸 성과들이 그의 추후 행보의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현대웨이’는 모빌리티와 에너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현대차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을 골자로 한다.
현대차는 자동차사업 뿐 아니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 미래사업으로 유연하게 전환하기 위해 신사업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에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 AI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대주주인 ‘HMG글로벌’, 미국에 설립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 ‘슈퍼널’ 등에 출자를 했다. 후대에 평가가 이뤄질 ‘적절한 투자’에 대한 옥석을 가리는 것도 이 부사장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의 캐시카우 사업들이 재무실적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현대차는 ‘피크아웃’이란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걷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최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적시에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특히 현재 현대차는 정부의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 개편을 적극 활용해 해외 자회사들의 유보금을 본사 유동성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CFO는 각각의 현지 사정에 밝아야 한다. 향후에도 현대차의 자본 리쇼어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부사장이 이를 탄력적으로 조달해 운용의 묘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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