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Paper]달라진 SSA 투심…산업은행 딜에도 영향 미칠까아시아·유럽서 수요 주춤…수은 첫 등판 선방에 기대감도
이정완 기자공개 2025-01-14 08:03:4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5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우려와 달리 올해 첫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에 선방하면서 후속주자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투자자 면면을 뜯어보면 미세하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초우량 투자자로 꼽히는 SSA(Sovereign, Supranational and Agency) 중에서도 유럽 투자자는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섰다.지난해부터 SSA형 발행사로 등극한 한국산업은행 입장에선 고민이 커질 만하다. 핵심 투자 층이 이탈한다면 당연히 발행 조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수출입은행 발행 자체가 성공한 만큼 이달 중순 등판할 산업은행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에 정통한 아시아…유럽은 정치 불안에 몸사렸나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날 30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발행에 성공했다. 북빌딩 한때 100억달러 넘는 주문이 쌓이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한국물 우려를 불식시켰다.
성공적인 프라이싱이었지만 들여다볼 지점이 있다. 일부 SSA 투자자의 이탈이다. 수출입은행은 선진국형 발행으로 꼽히는 SSA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택하지는 않지만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초우량 투자자로 거론되는 정부, 중앙은행, 국제기구 투자자 기반을 다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7일 아시아 시장 개장 시간에 맞춰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참여가 저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으로 이어졌다. 유럽 SSA 투자자 주문량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상황은 미국 시장이 개장하면서 달라졌다. 미국 국제기구와 남미 지역 중앙은행 등에서 수출입은행에 대규모 주문을 넣었다. 수출입은행이 당초 예상했던 20억달러에서 30억달러까지 발행 규모를 키울 수 있던 것도 이들 덕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SSA 투자자는 우리나라 소식을 너무 잘 알아서 조심스러운 기조를 보인 듯하고 유럽 SSA 투자자는 유럽에서도 정치 불안 리스크가 있어 투자에 더욱 보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유럽에서도 특히 프랑스의 정치 불안이 심하다. 작년 12월 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통과시키며 내각이 붕괴됐다. 내각 붕괴 전 유럽 내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프랑스 국채금리가 그리스 국채금리 수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노치(Notch) 낮췄다.
◇외화 확보 '원하는' 기재부, 발행 규모 확대
이달 중순 한국물 발행을 준비 중인 산업은행은 더욱 조심스럽게 시장 분위기를 살펴야 하는 환경이 됐다. 산업은행은 국내 유일 SSA 발행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한국물 발행사 중 처음으로 SSA 스타일을 택해 초우량 발행사로 등극했다.
SSA 시장은 평판 유지가 중요하다. 한 번 SSA 발행을 결정하면 꾸준히 SSA 스타일로 대규모 조달을 이어가야 투자자와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본드 발행 때 모두 SSA 발행을 택하며 꾸준히 핵심 투자자를 공략했다.
IB업계 관계자는 "SSA 투자자는 자산운용사처럼 수익률을 보고 참여하기보다 발행사 신뢰도를 주로 살핀다"며 "보수적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지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수출입은행처럼 30억달러 안팎에서 발행 규모를 고민 중이다. 기획재정부에서 국책은행이 외화 확보 최전선에 나서주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원화 가치 하락세를 막지 못하다 보니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늘려주기를 바라는 눈치라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수출입은행의 올해 첫 발행이 양호하게 마무리됐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물에 대한 외화 유동성이 확인된 만큼 같은 AA급 발행사인 산업은행도 투심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들어 외신에서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뉴스도 잠잠해지는 것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김광일 MBK 부회장 "금융채권 사재출연 범주 아냐"
- 오비맥주 카스,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예고
- “해외 브랜드 추가 인수 막바지, 사계절 포트폴리오 강화”
- [상폐 기로 에스유앤피의 절치부심]수년간 쌓아온 신뢰도 확고…"좀비기업 아니다" 호소
- [상폐 기로 에스유앤피의 절치부심]150억 매출 달성 자신감, 반도체 전문 투자사 도약 목표
- [i-point]씨유메디칼, 작년 영업익 78억 달성
- [코스닥 상장사 매물 분석]매각 난항 겪는 다보링크, 관리종목 지정 우려
- [유동성 풍향계]제일기획, 현금창출 확대에 보유현금 '역대 최고'
- [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농협 입김' 남해화학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과제
- [우리금융 동양생명 M&A]사후 대책 이행에도 경영평가 '3등급 하향' 현실화
이정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Korean Paper]국책은행 찾는 글로벌 거래소, 한국물 '달라진 위상'
- [Korean Paper]20억달러 발행 노리는 LG엔솔, 금리 산정 '안갯속'
- [발행사분석]국내 자본 확충 활발 한화생명, 외화 조달은 '잠잠'
- [대기업 현지법인 IPO]뒤따르는 후보 기업…수익성부터 챙겨야
- [회생절차 밟는 홈플러스]카드값 3800억 미뤘는데…우회조달 수단 막히나
- [대기업 현지법인 IPO]물적분할 규제 부담? 모회사 현금 유입 이점도
- [IPO 모니터]'거래소 칼날심사'…레메디도 못 피했다
- [대기업 현지법인 IPO]현대차·LG전자, 국내 증시 부진에 해외로 눈돌렸다
- 등급전망 개선 LG전자, 올해 인도법인 IPO에 전념하나
- [thebell note]삼성·현대차, 크레딧 시장 등장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