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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30년의 명암]로드맵 구상 10년, 실패한 투자 계획②종합보안회사 성장 구상으로 세운 회사들, 수익 악화에 모두 '아웃'

최현서 기자공개 2025-01-20 08:10:08

[편집자주]

국내 보안업계 문을 처음 연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안철수 의원이 의대 박사 과정, 군의관, 교수를 거치며 직접 만든 백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출범시킨 안랩은 이제 국내 보안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다만 지속해 시도했던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은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주가 측면에서 봐도 실적과 보안시장의 성장성보다 '안철수 테마주'란 꼬리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안랩이 이룬 성과를 짚어보고 현재 과제와 미래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4일 09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랩은 사업 초부터 '큰 그림'을 그렸다. 퍼스널 컴퓨터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보안 사업 영역을 더 넓히려는 구상을 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3년 이상 유지된 자회사는 소수에 그쳤다.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다. 유일하게 꾸준히 수익을 내던 자회사 '인포섹'은 SK C&C에 매각했다. 이를 끝으로 10년간 눈에 띄는 계열사는 추가되지 않았다.

조용했던 안랩 계열사 구조에 변화 바람을 준 건 강석균 안랩 대표다. 2020년 부임 직후부터 공격적으로 사업체를 늘렸다. 다만 최근 추가된 계열사들의 수익성도 미진하다. 자칫하면 전철을 밟을 모양새다.

◇사업 초부터 '계획' 이행할 계열사 구축

안랩은 국내 보안시장에 자리잡은 2000년 무렵부터 먹거리 다양화에 집중했다. PC 바이러스 치료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보안 영역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사업 초부터 짰다.

1999년 말 '종합 보안회사로서의 로드맵'을 구상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로드맵에 따르면 보안 사업 영역을 컨설팅과 솔루션, 관리·서비스로 나눴다. 향후 보안 시장이 보안컨설팅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흐름으로 바뀔 것이라고 판단했다.

궁극적으로는 보안 업계가 사후 관리 사업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이라고 봤다. 최종 단계에 나아가기 위해 V3와 같은 안티 바이러스를 포함해 방화벽, 침입 탐지, PKI(공개 키 기반 구조) 암호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계획을 세웠다.
안랩이 사업 초창기 제시했던 로드맵/출처=안랩 2001년 투자설명서

로드맵 실천을 위해 1999년 첫 자회사인 '코코넛'을 계열회사로 추가했다. 고객사의 데이터를 침해하는 외부 시도를 감시하고 보안사고 발생 시 복구하는 사업을 했다. 실시간 정보보안 서비스의 원조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세워진 'IA시큐리티'는 무선인터넷 보안 솔루션, '한시큐어'는 보안 컨설팅과 관리를 맡았다. 총 6개의 자회사가 안랩의 로드맵을 구현하기 위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종속회사 확대 문 다시 연 강석균 대표, 성적 개선 숙제

하지만 초창기에 세운 6개의 계열사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없다. 대부분 수익성이 떨어져 생존하지 못했다. 초창기 6개 자회사 중 3개 법인은 2002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중 하나인 리눅스 운영체제(OS) 보안 솔루션 법인 '아델리눅스'다. 2002년 말 파산 신청을 했다. 한시큐어는 2002년 코코넛에 합병됐다. PKI 기반 보안 솔루션을 제공했던 '자무스'는 경쟁 업체였던 핌스텍에 흡수됐다. 자회사 중 가장 오래 살아남았던 코코넛은 2006년 '안랩코코넛'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7년 10월 안랩에 흡수합병됐다.

안랩의 사업 초창기 자회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거뒀던 곳은 SI 보안업을 영위한 인포섹(현 SK쉴더스)이었다. 인포섹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 연속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랩은 2008년 인포섹 주식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더니 2009년 7월 지분을 매각해 계열회사에서 제외했다.

로드맵 구상 10년만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사업 영역 확대에 실패한 안랩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추가하지 않았다. 그 기간에 추가됐던 사실상 유일한 자회사는 '노리타운스튜디오'였다. 이마저도 2013년 앞선 자회사들과 같은 이유로 매각됐다. 안랩으로부터 독립하기 직전까지 국내 소셜네트워크게임(SNG) 시장 점유율 40%까지 차지했던 곳이었다.

다시 자회사를 세우기 시작한 건 2020년 1월 강석균 대표가 부임한 이후다. 강 대표는 액센츄어 금융산업그룹 전무, 다이멘션데이타 사업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3년 안랩에 합류하며 사업부문 부문장, EP사업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안랩에 대한 사업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부임하자마자 AI 정보보안 법인 '제이슨(지분율 60%)'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OT(운영기술) 보안 솔루션 기업 '나온웍스(60%)'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안랩클라우드메이트'를 자회사로 추가했다. 안랩이 초창기에 공격적으로 자회사를 늘렸던 모습과 유사하다.

다만 2001년부터 2023년 중 안랩의 국내 자회사가 흑자를 거둔 해는 2005년과 2006년, 2021년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누적 손실은 240억원에 달한다. 사업 다양화를 위해 추가된 자회사가 반대로 재무적으로 안랩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최근 상황은 더 악화됐다. 2021년 자회사 합계 흑자를 기록하게 해준 나온웍스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더니 2023년 적자전환했다. 안랩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자회사들의 체질 개선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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