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30년의 명암]2018년부터 준비한 AI '성과는 안 보인다'④남달리 빠른 연구개발에도 인공지능 공식 적용 '한 차례뿐'
최현서 기자공개 2025-01-22 07:27:08
[편집자주]
국내 보안업계 문을 처음 연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안철수 의원이 의대 박사 과정, 군의관, 교수를 거치며 직접 만든 백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출범시킨 안랩은 이제 국내 보안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다만 지속해 시도했던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은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주가 측면에서 봐도 실적과 보안시장의 성장성보다 '안철수 테마주'란 꼬리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안랩이 이룬 성과를 짚어보고 현재 과제와 미래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15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군에 인공지능(AI) 바람이 불고 있다. 보안 업계도 마찬가지다. AI를 이용한 보안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안랩은 비교적 일찍 AI 시대를 대비했다. 2018년 연구·개발(R&D) 조직을 정비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을 처음 만들었다. 이에 더해 CTO 역할 연구소장을 전무급으로 올리고 AI를 정식 연구 과제로 선정했다. 관련 사업을 하는 자회사 '제이슨'을 인수하며 연구와 계열사 확장 방식으로 AI 사업 영역 강화에 나섰다.
다만 AI를 적용한 제품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 지금껏 출시되지 않고 있다. AI 자회사와의 협업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관련 사업 추진력 자체가 초창기보다 떨어진 모습이다.
◇빠른 개발 요구한 권치중 전 대표, 'CTO 부문' 첫 창설
안랩의 AI 개발 초석을 다진 인물은 권치중 전 대표다. 권 전 대표는 2019년 시무식을 통해 'N.EX.T 무브 안랩 4.0'을 사업 방향으로 잡았다. △미래 성장을 위한 기업구조 및 조직 혁신(N)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 영역 확장(EX) △차세대 기술 역량 적극 확보(T)를 통해 안랩을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특히 권 전 대표는 AI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하는 차세대 기술 역량 중 하나로 분류했다. 빠르게 기술력을 높여 안랩의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CTO 부문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CTO 부문은 권 전 대표가 2018년 새로 만든 부서였다. 당시 CTO 부문은 기술연구소와 신성장 기획 부서로 이뤄졌다. 그해 권 전 대표는 이호웅 전 안랩 상무를 새 CTO로 선임하며 새로운 기술 연구를 위한 사전 준비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랩 CTO 직위는 임원이 아니었다. 안랩은 2008년 2월 공식적으로 대표와 CTO 분리를 선언하기 전까지 대표가 R&D까지 주도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안랩을 세운 1995년부터 대표를 그만 둔 2005년까지 경영과 기술 개발을 겸했던 관행이 이어졌다.
그로 인해 안랩 내 CTO의 지위는 공고하지 않았다. CTO가 임원 목록에 올라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 전 CTO도 그 영향을 받아 안랩의 임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안랩 기술연구소를 이끌었던 김경희 전 기술연구소장도 마찬가지였다. 임원이 조직을 이끌 경우 비교적 빠른 의사결정과 독립적인 과제 설정 등을 할 수 있지만 권 전 대표 체제의 CTO 부문은 그렇지 않았다. 2019년 말까지 안랩의 R&D 과제에 AI가 없었던 배경 중 하나다.
◇의욕적이었던 출발, 시들해진 동력
본격적인 AI 연구는 강석균 대표가 부임한 2020년부터 시작됐다. 강 대표는 선임 직후 전성학 안랩 연구소장을 영입했다. 전 소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안랩에 근무하면서 SW개발실장을 맡았던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에서 정보보안실장(상무)을 거쳐 안랩에 돌아왔다.
강 대표는 연구소장 직급을 전무로 올림과 동시에 CTO 역할도 병행하도록 했다. 아울러 '안랩 AI'를 공식적인 개발 과제로 선정했다. 보안 위협과 이상 징후를 AI가 자동으로 탐지하게 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삼았다.
안랩 연구소의 AI 기술은 일부 제품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랩 XDR'이 대표적이다. 안랩 XDR은 기업 시스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정보를 탐지하고 분석한 뒤 대응 방안을 내놓는 플랫폼이다. AI는 고객사가 쓰고 있는 솔루션의 로그 데이터 간 상관 관계를 분석하는데 쓰인다.
강 대표는 안랩 AI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AI 보안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행보도 보였다. 2020년 1월 AI 관제 스타트업 제이슨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44억원을 들여 제이슨 지분 60%를 확보했다. 이듬해에는 '아스트론시큐리티'에 12억원을 투자해 9.8%의 지분을 확보했다. 아스트론시큐리티는 클라우드 보안에 AI 기술을 적용한 'AI 가디언' 제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최근 AI 연구 조직의 동력은 처음보다 떨어진 모양새다. 안랩은 정기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다양한 보안 솔루션에 AI 기술이 접목되어 보다 향상된 위협 탐지·대응 역량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기술들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으로 AI 적용 사실이 알려진 제품은 안랩 XDR 뿐이다. 안랩은 이후 '안랩 컨테이너 시큐리티', '안랩 EDC' 등을 선보였지만 자사 제품에 AI를 적용하지 않았다.
AI 스타트업과 협업한 결과물도 전무하다. 강 대표는 제이슨 인수 당시 "양사가 보유한 AI 보안 기술과 대량의 위협 데이터를 연계해 고도화되고 있는 각종 보안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5년간 협력 결과물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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