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30년의 명암]후배 도우려다 탄생한 V3, 백신 대명사 됐다①1995년 '연구소'로 출범, 폭발적 성장에 코스닥 입성
최현서 기자공개 2025-01-17 08:12:35
[편집자주]
국내 보안업계 문을 처음 연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안철수 의원이 의대 박사 과정, 군의관, 교수를 거치며 직접 만든 백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출범시킨 안랩은 이제 국내 보안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다만 지속해 시도했던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은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주가 측면에서 봐도 실적과 보안시장의 성장성보다 '안철수 테마주'란 꼬리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안랩이 이룬 성과를 짚어보고 현재 과제와 미래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3일 13시3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랩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만든 회사로 유명하다. 안 의원은 1980년대 말 의대 대학원생 시절 논문 작성을 위해 컴퓨터에 넣은 플로피디스크(디스켓)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직접 백신 프로그램을 짰다. 안랩이란 싹이 튼 시점이다.치료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것이 안랩 대표 제품 'V3'의 모태다. V3 수요가 급격히 늘자 1995년 3월 안철수연구소를 출범했다. 이후 IT붐을 타고 관련 벤처 기업들의 상장 도전장을 내밀던 시기인 2001년 안랩도 코스닥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출범부터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안 의원은 이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인으로만 활동한다. 전문경영인이 방향키를 잡아 끌어온 안랩은 보안 외 영역으로 확대를 꾸준히 시도 중이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이종산업보다 본업과 엮인 영역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7년간 손수 전달된 '바이러스 치료법'
1988년 6월 안 의원은 '브레인 바이러스'로 곤혹을 겪자 본인이 직접 해결책을 찾았다. 컴퓨터 책을 끼고 앉아 연구해 바이러스를 직접 잡은 것이다. 같은 바이러스로 난감해하는 후배에게 본인이 직접 고친 해결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 과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안 의원에게 바이러스를 고치는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했다.
안랩의 대표 제품 'V3'는 그렇게 탄생했다. 의사 출신 답게 관련 프로그램을 '백신'이라 명명했다. 이후 바이러스를 탐색하고 고치는 모든 소프트웨어에 이 이름이 붙게 됐다.
안 의원의 백신 전수가 지인들 선에서 그치지 않았던 덕분이다. 당시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바이러스도 증가하는 추세였다. 안 의원은 '바이러스 방역센터'를 세워 백신 배포의 가교로 삼았다.
한 잡지에 센터 개소 소식을 알렸는데 독자가 감염된 플로피디스크를 잡지사에 맡겨 두면 안 의원이 이를 가져가 백신을 개발해 고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백신 프로그램을 담은 플로피디스크를 다시 잡지사에 전달하면 독자가 이를 가져가 컴퓨터를 고치는 방식이었다.
안 의원은 낮에는 의대 학업을 하고 밤과 새벽에는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는 생활을 7년간 지속했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백신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의대 박사 과정, 군의관, 의대 교수 생활까지 병행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돈 보다 사명감을 갖고 임했던 백신 개발이었다.
◇'체르노빌 바이러스'로 성장 기회, 종합 보안기업 변모 모색
그런 그가 백신 사업화에 본격 나선 건 1995년이다. 그 해 3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안연구소)'를 세웠다. 애초 사업화를 염두에 둔 건 백신 개발을 위한 수익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면서 보안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도 이에 비례해 늘었다. 더이상 무료로 제작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회사 설립 초창기만 해도 경영상 상당한 어려움을 겪던 안랩이 업계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글로벌 보안업체 '맥아피(McAfee)'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다. '사람을 고치는 의사에서 컴퓨터를 고치는 의사가 됐다'는 안 의원의 독특한 이력과 함께 학벌 철폐 직원 채용 방식, 무차입 경영 등 모범적인 벤처기업 사례를 보여준 것이 많은 곳에 소개됐다.
이후 이익이 급격히 뛴 건 1999년 4월 CIH(체르노빌)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다. 보안 프로그램 수요가 폭증하면서 스타트업의 보릿고개라 불리는 '데스밸리'를 극복했다. 그 해 매출 83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1997년 매출 10억원, 영업이익 1억6000만원을 올렸고 이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억원, 7억2600만원이었다는 점을 보면 폭발적 성장세였다.

2001년 코스닥 시장 상장까지 마친 안랩은 이후 보안에 국한됐던 사업 영역을 다방면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지분 투자를 통한 계열사 편입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후 2005년 안 의원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조타를 넘겼지만 '확장' 면의 경영 방향성은 한동안 이어졌다. 2012년 사명을 현재의 '안랩'으로 바꾼 것도 다양한 산업군으로 진출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다만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현재 크게 축소된 상태다. 핵심 영역인 보안업을 벗어난 이종산업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보이지 못한 탓이다.
대표적인 자회사 '안랩클라우드메이트'는 클라우드에 특화된 보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22년에는 블록체인 자회사 '안랩블록체인컴퍼니'을 세우며 가상자산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듯 했지만 웹3 기반 위협 분석 툴로 만든 보안 서비스에 보다 집중하는 모양새다. 보안 외 사업에서는 사실상 성공적 결과를 얻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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