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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30년의 명암]12년만에 가격 올린 V3, 영업비용 방어 '통할까'⑤2015년 이후 첫 '제품 매출' 하락, 글로벌 기업 공세 치열

최현서 기자공개 2025-01-23 09:03:37

[편집자주]

국내 보안업계 문을 처음 연 안랩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안철수 의원이 의대 박사 과정, 군의관, 교수를 거치며 직접 만든 백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출범시킨 안랩은 이제 국내 보안업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다만 지속해 시도했던 다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은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주가 측면에서 봐도 실적과 보안시장의 성장성보다 '안철수 테마주'란 꼬리표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안랩이 이룬 성과를 짚어보고 현재 과제와 미래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0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랩의 주력 상품인 V3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는 제품이다. 1995년 안랩이 세워진 이후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 안랩이 12년만에 기업용 V3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최근 3년 동안 오른 영업비용 비율이 지난 10년보다 높아 내린 결정이다. 다만 V3 매출이 역성장하고 있어 의도가 과연 먹힐 지 불확실하다. 제품 매출 규모가 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 기반 수익 구조 개선 목표

안랩은 한 번 정한 제품 가격을 잘 올리지 않는다. 외국 보안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가격 경쟁력 확보라고 봤기 때문이다.

외국 법인의 제품은 인건비 등이 국내보다 비싸기 때문에 대체로 국내 법인 제품보다 비싸다. 가령 안랩의 기업용 백신 제품 'V3 오피스시큐리티'의 1년 구독료는 노턴, 카스퍼스키와 같은 외국 보안기업의 제품 대비 10~60%가량 저렴했다.

그러던 안랩이 지난해 10월 기업용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12년 만이다. 인상률은 20~25%다. 바뀐 가격 정책은 이달부터 적용되고 있다. 개인용 유료 제품이나 어플라이언스 형태의 보안 제품은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다.

출처-안랩 공식 홈페이지

안랩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원자재, 인건비, 인프라 비용이 전 산업군에 걸쳐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신기술 개발과 클라우드 기반 보안 기술 연구를 위한 인프라 투자 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전반적인 영업비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안랩의 연결 기준 영업비용은 1334억원에서 2128억원으로 증가했다. 연 평균 증가율(CAGR)은 4.78%다. 연구·개발(R&D) 비용은 같은 기간 329억원에서 653억원으로 늘었다. CAGR은 7.1%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업비용 CAGR의 오름폭이 더 가파르다는 게 특징이다. 2021년 1843억원이었던 영업비용이 2022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겼다. 2023년에는 212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개년간 영업비용의 CAGR이 과거보다 높은 4.91%로 집계됐다.

반면 매출 성장률은 보다 약화됐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안랩의 연결 기준 매출은 1373억원에서 2392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CAGR은 5.71%였다. 반면 최근 3개년간 매출 CAGR은 4.89%다.

이에 따란 수익성이 흔들린 모습이다. 2021년 420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22년 142억원으로 급감했다. 비용 측면 외에 금융상품의 평가손실 영향도 컸다.

◇9년만에 줄어든 제품 수익, 심화하는 경쟁 상황 대응

이런 가운데 이뤄진 안랩의 V3 가격 인상은 긍정 요인이다. 문제는 제품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안랩의 '제품 매출'은 1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1215억원 대비 1.81% 줄었다. 분기 기준 제품 매출이 줄어든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외국계 보안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미친 앙영향으로 보고 있다. 2022년 미국의 사이버 보안 자산관리(CSAM) 기업 '엑소니어스', 미국 보안 솔루션 기업 '세일포인트' 등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활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며 보안 시장도 이에 맞춰 세계 단위로 확장 중"이라며 "과거와 달리 안랩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 글로벌 통신장비기업 '시스코'는 국내 시장에서 보안 사업 매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보안에 AI를 결합한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보안 시장 1인자' 지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안랩의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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