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성공기]브랜드 충성도 높인 탄생 서사, 메가브랜드 등극①작년 9월 말 기준 66억개 판매, 식품업계 최초 7억불 수출의탑 수상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20 07:54:23
[편집자주]
2012년 4월 13일. 삼양식품의 사사(社史)의 흐름을 바꾼 역작인 '불닭볶음면'이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던 삼양식품은 국물면이 아닌 '매운맛 볶음면'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적중했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대표 K푸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더벨이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요인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대표 버번 위스키 브랜드인 '메이커스 마크'의 브랜드 서사(narrative)는 삼양식품의 반등 스토리를 떠오르게 한다. 새뮤얼즈 가문은 1840년부터 상업 증류소를 설립해 운영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160년간 가업을 이어서 위스키를 제조했는데 빌 새뮤얼즈가 증류소 사업을 이어 받았던 초기 미국의 금주법(1993년)이 폐지됐다. 충격이 컸던 빌 새뮤얼즈는 가문의 레시피를 태우고 새 위스키 제조법을 도입했는데 원하는 맛을 제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빌 새뮤얼즈의 아내인 마지 여사는 곡물 배합을 제안했고 현재의 메이커스 마크의 로고와 상징인 빨간 밀랍 마감 등 독특한 병 디자인 등을 직접 고안했다. 메이커스 마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이름을 붙이고 디자인한 위스키다. 이 같은 브랜드 스토리는 메이커스 마크에 평범하지 않은 특별함을 줬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다. 불닭볶음면의 탄생 스토리도 단순한 제품 개발을 넘어선다.
삼양식품은 우지 파동과 외환위기 등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처하자 창업주 고(故) 전중윤 회장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경영을 돕기 시작했다. 경쟁사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고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주도로 약 13년 전 출시한 제품이 바로 '불닭볶음면'이다. 위기 속에서 탄생한 혁신이라는 서사가 마중물이 돼 충성 고객을 확보하며 글로벌 메가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매운맛 불닭면 승부수 띄운 김정수 부회장 리더십

불닭볶음면의 종류는 14개로 라인업이 다양한데,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오리지널 제품인 불닭볶음면이다. 약 39억개가 팔렸다. '까르보 불닭볶음면'이 약 10억개가 판매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까지 판매된 불닭볶음면의 길이는 약 1억7160만km다. 지구와 달을 448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글로벌 라면 업체 중 한 곳이 일본의 닛신이다. 1971년 전 세계 최초로 '컵 누들(Cup Noodle)'이라는 컵라면을 출시했는데 출시 50주년 (2021년)기준 약 400억개가 판매됐다. 불닭볶음면 50억개 판매 달성 시기와 비교하면 출시 약 10여 년 만에 닛신 컵 누들 판매의 25%를 달성한 것이다.
기존의 라면 성공 문법을 깬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 서울 명동의 매운 불닭음식점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매운맛, 닭, 볶음면'을 모티브로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시식하고 연구했다. 다양한 나라의 매운 고추를 연구해 한국식 매운소스를 개발했다.
매운맛 볶음면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김 부회장의 리더십에 기인한다. 전 연령층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은 아니었다. 일부 젊은층을 타겟으로 삼아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경쟁사에 밀려 점유율이 점차 하락하고 사세가 줄어들던 위기의 순간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불닭볶음면의 성공은 갑자기 찾아운 행운으로 볼 수는 없다. 2011년 출시된 '나가사끼 짬뽕면'도 삼양식품의 제품이다. 해산물 풍미의 국물 맛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았고 출시 후 1년간 약 1억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후 프리미엄 국물 시장이 활성화됐다. 다른 경쟁사들도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내기 시작했다. 삼양라면 이후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던 노력들이 불닭볶음면 등장의 자양분이 된 것이다.
◇식품 업계 수출 기록 갱신 '현재 진행형', 글로벌 문화 현상 등극
국내 출시 초기에는 강렬한 매운맛에 대한 우려감이 있었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일부 MZ 사이에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미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SNS에서 매운맛 챌린지가 형성되면서 점차 대중성과 인기를 확보했다.
삼양식품 입장에서 고무적인 것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단일 제품으로 빠르게 안착한 점이다. 유튜브를 통해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 9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 50%를 넘어선 이후 2021년 60%를 돌파했다. 지속적으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 라면 수출 금액이 월간 기준 1억 달러를 첫 돌파했는데 불닭볶음면의 수출 확대 덕분이었다.
이 결과 2024년 식품업계 최초 '7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22년 4억불 수출의탑 수상 이후 불과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단일 브랜드 기준 불닭볶음면이 수출액 1조원을 돌파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수출 품목의 다각화와 해외 법인 간 협력 강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
정유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Red & Blue]테마 바람 탄 아이스크림에듀, 사업 경쟁력 '재조명'
- [지평주조는 지금]K-막걸리 대표 등극, 유연성이 만든 성장 곡선
- [아이스크림에듀는 지금]글로벌 확장 '숨고르기', 본업 경쟁력 강화 승부수
- [아이스크림에듀는 지금]박기석 회장의 경영 복귀, 체질 개선 '강드라이브'
- [유증&디테일]'반등 도모' 한세엠케이, 실권 수수료 18% 감내
- [아이스크림에듀는 지금]풋옵션 자금 조달…그룹사 참여 '상환 안정성' 확보
- [캐시플로 모니터]동원홈푸드, 캐시카우 '축육' 확대 위해 곳간 열었다
- [thebell interview/선진뷰티사이언스는 지금]'퍼스트 무버→디파이너' 이성호 대표 "뷰티 밸류체인 주연 목표"
- [비상장사 재무분석]피에몬테, 배당 수익 확대 속 전략적 현금 축소
- [선진뷰티사이언스는 지금]이성호 대표의 굳건한 오너십, 배당보다 '성장'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