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대 그룹 재무 점검]한화오션, 1년간 차입규모 2배로…부활 '전환점'[한화]③연간 운전자본투자 2조원대, FCF 3년째 마이너스…선박 건조물량 회복 영향
고진영 기자공개 2025-02-12 07:07:37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7시2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오션은 매물로 전전하던 지난 수년간 차입규모 통제에 애를 써왔다. 하지만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론 오히려 조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복 과정에서 운전자본부담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9월 말 기준 한화오션의 연결 총차입금은 4조9569억원을 기록했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금액이며 전년 말(2조397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불었다. 최근의 유동성 유입을 감안하면 차입 확대는 언뜻 의외의 움직임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2023년 한화그룹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2조원 상당의 유상증자로 대금을 확보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주주배정 유증을 하면서 1조5000억원 남짓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합쳐서 총 3조4971억원의 유동성이 흘러들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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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한화오션은 그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는데도 오히려 보유현금이 증가해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2023년 5800억원 상당의 차입금을 순상환했지만 현금성자산은 1조92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보다 77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런 유동성 확충에도 불구, 한화오션이 차입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운전자본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의 순운전자본투자액은 2021~2022년 마이너스(-)였다가 2023년 1조원대로 급증, 작년엔 9월 말 기준 2조6000억원을 넘겼다. 그만큼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했단 뜻인데, 불어난 수주잔고를 소화하려면 불가피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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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은 2020년 말 8조원대였던 수주잔고가 2021년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연평균 10조원 안팎을 신규 수주하면서 작년 9월 말엔 약 27조3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급증한 계약물량은 자연히 순차적으로 공정에 들어갔고 건조량 확대로 이어졌다.
문제는 건조량이 늘면 매출은 성장하지만 운전자본부담도 덩달아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인도할 때 잔금을 몰아받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으로 대금 지급이 이뤄진다. 헤비테일 수준이 과거보다 완화되긴 했어도 통상 여전히 계약금이 10~20%, 중도금이 30% 수준이고 잔금이 절반을 넘는다. 착공 이전엔 선수금을 받아 현금흐름에 보탬이 되지만 공정이 진행되면서 현금 유출이 가속화되는 구조다.
한화오션 역시 2021년께 잔고를 채워가던 시기엔 선수금을 받아 운전자본부담을 상쇄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 해 한화오션이 대규모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적자를 냈는데도 잉여현금흐름(FCF)은 흑자를 본 이유가 선수금 덕분이었다. 하지만 2022년 이후론 미청구공사,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투자가 늘면서 영업현금과 잉여현금이 매년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구체적으로 2024년 9월 말 한화오션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6674억원, 잉여현금흐름은 -2조9222억원을 나타냈다. 2023년 2조원에 가까웠던 보유현금 역시 지난해 1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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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투자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LNG터미널 회사인 미국 넥스트디케이드(Next Decade) 지분 6.83%를 1803억원에 사들였고 싱가폴 해양플랜트업체 다이나맥(Dyna-Mac) 인수에 2361억원, 미국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 40% 취득에 552억원을 썼다. 운영자금을 차입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주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게 아니라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곧 선순환구조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선수금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데다 선박 인도량이 늘면서 한화오션이 받는 인도대금 규모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2023년 잠시 신규수주 규모가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LNG선을 중심으로 회복, 약 90억달러치 선박을 새로 수주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과거 조선업 불황기처럼 수주는 안되는데 지출만 계속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은 수주가 계속해서 잘되고 있는 만큼 운전자본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예전엔 국책은행 지원이 아니면 조달이 어려웠지만 이제 자체 조달도 가능할 정도로 외부 조달 여력이 성장해 재무적으로도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을 끝으로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던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돌아왔다. 근 10년 만의 재등판이다. 1000억원을 순조롭게 조달했으며 올 1월엔 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등 시장 조달에 활발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로서 복귀의 신호탄이란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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