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0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공통 진리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는 말을 아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실수를 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침묵은 금’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일까.다만 현실을 살아가는 데 침묵이 용인되지 않는 환경도 있다. 주주와 회사 간 관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상장사라면 IR(Investor Relations)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최근 빙그레가 지주사 전환 취소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는 다소 ‘아쉽다’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당초 빙그레는 지난해 11월 말 인적분할을 통해 빙그레홀딩스(존속회사)와 빙그레(신설회사)로 나누고 빙그레를 재상장 시켜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다 최근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시한 지 두 달 만에 이사회를 열고 분할 계획서 철회 안건을 승인하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내세운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도 자연스레 철회해 주주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회사 경영상 공시 내용 철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일방통보’적 소통 방식이다. 빙그레는 지주사 전환을 왜 취소하게 됐는지, 자사주 소각 철회와 관련해 향후 주주환원 측면에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추후 사업의 전개 방향이 보다 분명히 가시화된 후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추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분할계획을 철회한다"는 정형화된 메시지만 남겼을 뿐이다.
최근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 코스닥 상장사 주성엔지니어링 사례와 대비를 이룬다. 이들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 합계액이 기존 공시한 금액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지주사 전환 계획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와 함께 주식매수청구권 사용액으로 배정했던 500억원을 자사주 취득에 써 주주가치를 증대하겠다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 역시 지주사 전환을 철회하면서 49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파격안을 내놓기도 했다.
주주는 회사에 자본금을 대고 자본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주식(지분)을 소유한 집단이다. 주식회사 체제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주들은 항상 정보에 목말라 있다. 회사와 주주 간 관계에서 발생한 침묵은 결국 시장의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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