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15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때 '저평가된 좋은 기업'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정석을 지켜왔던 머스트운용이 이제는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구축하며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2022년 해외 투자에서 손실을 경험하며 위기를 맞았던 머스트운용은 이후 운용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등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보다 유연하고 정교한 투자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 신뢰를 되찾기 위한 변화였다.

성과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운용 철학을 다듬고 시스템을 정비한 머스트운용은 이제 다시금 시장의 신뢰를 얻으며 재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운용팀 7명이 함께 이끄는 'N분의 1' 시스템

머스트자산운용의 운용 방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N분의 1' 시스템이다. 보통 자산운용사에서는 1~2명의 운용역이 특정 펀드를 전담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머스트자산운용은 7명의 운용역이 모든 포트폴리오 운용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는 특정 운용역의 판단에 의존하는 대신, 팀 전체가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결정을 내린다. 운용팀 내부에서는 △투자 대상이 적절한지 △기존 전략에 대한 확신이 유지되는지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운용 결정을 한두 명에게 맡기지 않음으로써 판단 오류를 줄이고 전략의 정교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팀원 전체가 토론과 검증을 거쳐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머스트운용의 운용 방식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팀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이라며 "스타 펀드매니저 중심의 하우스들과는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위기를 기회로…리스크 관리부터 전략까지 재정비

머스트운용이 운용 시스템 개편에 나선 계기는 2022년 해외 투자에서의 손실이었다.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일부 투자자 이탈이 발목을 잡았다. 이를 교훈삼아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과감히 단행하며 대응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포트폴리오 오버사이트(Portfolio Oversight) 팀' 신설이다. 이 팀은 운용팀과 별도로 투자 전략을 검토하고 리스크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정엽 글로벌비즈니스 팀장을 중심으로, 투자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사전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포트폴리오 전반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정 종목이나 섹터에 대한 쏠림을 막고 시장 변화에도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운용 철학도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한때 머스트운용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정석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싼 주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장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보다 현금 비중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보유 현금 비중을 0~20%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장이 좋을 때는 과감하게 베팅하고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식이다.

운용 방식만 바뀐 게 아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했다. 지난 2022년 이후 김두용 대표는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매년 두 차례 직접 투자자들에게 레터를 보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레터에는 △현재 운용 현황 및 수익률 △시장 전망 △환매율 등이 담긴다. 투자자들이 머스트운용의 방향성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신뢰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머스트운용은 운용 방식 개편, 리스크 관리 강화, 투자자와의 소통 확대라는 세 가지 변화를 거치며 다시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하우스에서 벗어나 이제는 개인투자자들과의 접점도 확대하며 독립 종합운용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