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 & 밸류업]미미한 법인세 효과, 그마저도 추진 실패④지난해 특례안 국회 무산, "중소기업 진입문턱 낮춰야" 의견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5-04-16 08:12:18
[편집자주]
밸류업 정책의 화두로 증여와 상속세가 떠오르고 있다. 최대주주의 세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고 나아가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theBoard는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세제 개편 필요성과 밸류업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15시3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밸류업 정책 특징 중 하나는 세제 지원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밸류업 정책은 시장 플레이어가 주도하지만, 정부가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함으로써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증여·상속세와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법인세 감면 효과도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장 이목을 사로잡았는데, 일각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정부가 당초 계획한 세제 지원에는 상속세와 증여세, 배당소득세뿐 아니라 법인세 감면 혜택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2024 세법개정안에는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고 배당 혹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 환원한 금액이 전년대비 증가해 직전 3개년 주주환원 평균 대비 5% 이상 확대된 경우 해당 주주환원 금액의 5% 초과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규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해당 법인세 인센티브 정책이 기업으로 하여금 주주환원을 확대케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었다. 2024 세법개정안에서 선보인 인센티브 안은 최근 3년 평균 1000억원을 배당해 온 기업이 밸류업 정책을 공시하고 이듬해 1100억원을 배당할 경우 해당 평균치 5% 초과 증가분에 해당하는 50억원의 5%인 5000만원을 공제하는 식인데 이 규모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정책 효과를 더 실감하기 어렵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결산배당에 나선 상장사는 558개사, 해당 상장사가 결산배당으로 푼 금액은 27조5000억원이다. 코스피 상장사 1개사당 평균 492억원을 결산 배당한 셈인데, 해당 배당 규모를 3년 동안 유지했다고 치고 올해 주주환원 금액을 10% 늘린다고 하더라도 주주환원을 통한 법인세 감면 효과는 1억원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제시한 법인세 인센티브만을 노리고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긴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진이 밸류업에 소극적이더라도 이사회가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봄직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 이사회 대부분이 확고한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말 기준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상장사는 122곳에 불과했고 코스닥 상장사는 22곳에 그쳤다.
실제 지난해 8월 정책당국 주도로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를 개최했을 당시 엠로의 경우 송재민 대표이사가 코스닥 상장사 대표격으로 참여해 일부 업계 의견을 개진키도 했다. 하지만 엠로 자체는 밸류업 정책을 추진할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엠로는 지금껏 한 번도 배당을 푼 이력 자체가 없다. '밸류업 정책을 따로 추진하기보다 성장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다른 정책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촉진 차원에서 정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정부의 법인세 과세특례 개정안을 보면 모든 기업에 같은 정책을 적용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주주환원 금액이 작기 때문에 밸류업 정책 촉진 차원에서라도 과세특례 대상을 따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에는 주주환원 금액이 전년대비 증가 및 3년 평균 대비 3% 이상 증가로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의 밸류업 인센티브 안은 작년 말 여소야대 형국 국회 분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도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안을 바탕으로 세제를 개편, 추가적으로 법인세 감면 인센티브를 더했지만 야당은 세수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이 정책을 다시 제안했으나 향후 추진 여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대한상의 등 재계 측 이익단체가 꾸준히 주주환원에 따른 세제특례를 적용해 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시하면서 밸류업 추진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은 검토가 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법인세뿐 아니라 증여·상속세 및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 등을 두루 적용돼 정책 추진에 따른 인센티브가 뚜렷할 때 밸류업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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