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4월 0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관리 리츠의 춘추전국시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기관리리츠 인가 신청이 늘어나면서 승인 뒤 자본금을 모집하고 있는 리츠회사가 10 여 곳, 인가 신청 뒤 대기 중이거나 준비 중인 회사만 30 여 곳이 넘는다.
수많은 리츠들이 야심차게 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업 준비는 순조롭지 않다. 대부분의 리츠가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슷한 아이템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덕분에 몇몇 리츠들은 인가를 받은 후 6개월이 다 되도록 최저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가가 취소될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이전까지 사모와 공모 방식을 혼합한 자본금 모집을 허용했던 국토부가 리츠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사모로만 자본금을 모으도록 규칙을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9일 케이탑자기관리리츠는 75억7000만원의 사모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총 자본금 80억7000만원으로 최저 자본금 요건인 70억원을 거뜬히 넘겼다.
고무적인 점은 지난 2월24일 리츠 영업인가를 받은 뒤 한 달 만에 자본금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주주 구성도 개인 투자자 34.1%, 전략적 투자기업 31.6%, 금융기관 31%, 외국 투자자 3.3%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케이탑리츠의 사업 아이템이 다른 리츠에 비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케이탑리츠가 기획한 건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의 오피스 빌딩을 관리·운영하는 사업으로 이미 기존의 리츠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케이탑리츠에 선뜻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탑리츠는 이전의 리츠들과 달리 금융투자의 관점에서 사업을 소개했다. 부동산 경기 개선에 대해 아직 의심을 품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향후 경기가 좋아질거란 불확실한 전망을 전제로 부동산 투자를 권유한다면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케이탑리츠는 자산운용의 관점에 오피스 투자의 수익률을 설명했기 때문에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케이탑리츠 관계자는 "초기에는 다른 리츠들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쉬운 금융투자 관점에서 사업을 설명했던 것이 성공 요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은 금융인 출신의 경영진 때문에 가능했다. 케이탑리츠의 이명식 대표이사는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출신이고, 다른 이사진도 시중은행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이력을 갖춘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금융기관 투자자도 30% 이상 끌어올 수 있다.
자본금이 순조롭게 모인 덕분에 향후 유가시장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현재 케이탑리츠는 주관사를 선정해 5월 공모 증자를 거쳐 6월 상장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케이탑리츠의 사례는 경영진과 사업이 신뢰받을 수 있다면 투자자 모집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직 최저 자본금 모집부터 어렵다고 절망하기는 이르다. 각자의 특성에 맞는 사업 방안을 찾아 더 많은 리츠들이 유가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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