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PO 기업 데드라인 점검]'장수 바꾼' SK에코플랜트, 예견된 '숨고르기?'환경업 실적 책임론, 박경일 대표 사임…프리IPO 때 약속한 기한 2년후 도래

이정완 기자공개 2024-06-19 07:36:02

[편집자주]

2010년대 후반 유동성 파티가 벌어지던 시기 많은 기업이 신사업 육성과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와 유니콘 기업 기대주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도 그 대상이었다. 투자 받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지만 기대만큼 사업이 성장하지 않았거나 우호적인 시장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결국 상장을 포기한 기업도 나타났다. 더벨이 IPO 데드라인을 앞둔 기업의 상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2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데드라인을 2년 앞둔 SK에코플랜트가 갑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했다. 박경일 대표이사(사장)를 대신해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김 신임 사장 내정자가 IPO 전면에 나서기 위해선 업무 파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대표의 사임은 지난해 말 장동현 SK㈜ 대표(부회장)이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로 선임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비슷한 시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전면 쇄신에 나서면서 과거 공격적 M&A(인수·합병)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전언이다.

SK그룹 내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김형근 신임 사장 내정자의 과제는 당연히 환경업 실적 개선이다. 과거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와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폐기물 처리 기업 수익성을 끌어올려야만 원하는 가치로 증시에 입성할 수 있다.

◇전쟁 중 장수 바꿨다…환경업 영업이익 '8900만원'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6월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1조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했다.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6000억원 어치 전환우선주(CPS)를 찍어 1조원을 채웠다.

SK에코플랜트는 CPS를 발행하면서 투자자와 IPO 데드라인을 정했다. 2026년 7월까지 증시에 입성하는 의무를 지닌다. 다만 CPS 주주 전원이 동의하면 한 차례에 한해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기한 후에도 상장하지 못하면 CPS 배당률이 첫해 발행가의 5%에서 매년 3%포인트씩 인상된다.

주주 동의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2년 내로 상장을 마치는 게 안정적인데 SK그룹은 자회사 대표를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에 반하는 적극적인 의사결정이었다.

박경일 대표가 2021년 9월 신임 대표로 취임할 때만 해도 그가 IPO 전략 전반을 이끌 적임자로 여겨졌다. 박 대표는 2020년 SK㈜에서 행복디자인센터장으로 근무할 때 SK에코플랜트의 첫 번째 조 단위 M&A였던 리뉴어스(당시 환경시설관리) 인수를 지원한 인물이기도 했다. 2021년 초 아예 SK에코플랜트 사업운영총괄을 맡아 폐기물 처리 기업 인수에 적극 뛰어들었다.

대표 부임 후에는 M&A를 통해 사업을 키우는 볼트온(Bolt-on) 전략에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해 11월 해상풍력 진출을 위해 4600억원을 투입해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 경영권을 획득했고 이듬해인 2022년 2월 1조2000억원을 들여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차입이 바탕이 된 활발한 투자는 부채비율을 크게 상승시켰다. 2021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573%에 이르렀다. 2022년 프리IPO로 자본을 확충한 이유기도 했다. 이 덕에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졌다.

대규모 인수전이 마무리된 후 성과가 나와야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연결 기준 SK에코플랜트의 환경업 영업이익은 8900만원이었다. 2022년 311억원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 2020년대 들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올해 1분기 환경업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반등 조짐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최창원 의장과 '공격적' 박경일 대표, 성향 차이?

결국 SK그룹 차원에서도 달라진 기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움직임이 지난해 12월 장동현 SK㈜ 부회장의 이동이다. 박 대표 단독 체제에서 각자 대표 형태로 리더십이 구축되면서 박 대표의 사임이 사실상 이 무렵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년 가량 회사에 더 머무르면서 본인이 주도한 환경·에너지 사업 전환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내려진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전문경영인을 표방하며 등장한 최 의장은 그동안 그룹 전반에서 진행된 대규모 투자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계열사에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며 리밸런싱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M&A를 펼쳐 온 박 대표와 성향 차가 드러났다. 최 의장이 적극적인 매각을 통해 자회사를 감축하라는 특명을 내린 만큼 김형근 신임 사장 내정자(사진)는 관리를 통한 효율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김 내정자는 실제 이 같은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다. SK주식회사 재무1실장, SK에어가스 대표, SK주식회사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부문장을 거쳐 SK E&S로 이동했다. SK주식회사의 거버넌스 개편과 포트폴리오 최적화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환경 사업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상장을 위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