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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MICE]생존경쟁 본격화…화두는 '지속가능성'③국제적인 전시컨벤션 행사 트렌드…입찰시 사업경쟁력 직결, 브랜딩 효과

고진영 기자공개 2024-06-24 07:36:46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이 시대의 핵심 가치는 '연결'과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MICE산업의 본질과 그대로 일치한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와 기업 주관 보상여행(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vents/Exhibition)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고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엔데믹과 함께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한 MICE산업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국내에서까지 크게 화제된 사건이 있었다. 올 초 월드투어 도중 슈퍼볼 경기를 보느라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일이다. 약 2주 동안 2만2000㎞를 비행, 90톤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했다. 평범한 사람 6명이 1년간 생산하는 탄소량보다 많다.

개인의 전용기 행적이 공론화되는 시대가 됐다. 전시, 컨퍼런스 분야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국제적 행사가 잦은 만큼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다. 1000명 규모의 오프라인 이벤트라면 평균 500톤 이상의 탄소가 생긴다. 행사기획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경쟁력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굴뚝 없는' 마이스산업의 탄소

최근 마이스산업은 지속가능성이 최대 화두 중 하나로 꼽힌다. 전시컨벤션 시설이 대규모 에너지 연료를 쓰는 데다 참석자들이 타는 비행기와 자동차, 행사에서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사 등이 탄소를 뱉어내기 때문이다. 행사가 끝나면 엄청난 폐기물이 남는다.

컨벤션과 대형 전시회, 국제회의 등이 전부 마찬가지다. UN 기후정상회외는 매년 열릴 때마다 전용기 수백대가 날아다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불리던 MICE산업이지만 이제 행사 기획이나 운영에 기후 이슈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2023년 12월 6일 열린 '제28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전시업계 관계자는 "외국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국내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히 확실히 급증한 상황"이라며 "행사 주최 측에서 기획사 측에 폐기물 생기지 않도록 주문하는 케이스도 많다"고 말했다.

해외 전시회의 경우 참가업체에게 ESG를 고려한 활동을 권고하거나 강제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그린빌드(GREENBUILD) 전시회, 천연제품 전시회(Natural Products EXPO). 유럽 스마트시티엑스포(Smart City Expo) 등이 이런 케이스다. 스페인 전시기업인 이페마 마드리드(IFEMA MADRID)는 참가업체를 상대로 지속가능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전시회 참가규정에 포함하고 있다.

◇'ESG 운영' 전시회 모습은

전시회 등의 ESG 운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국내 전시회들 역시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서울까페쇼는 서울시에서 열린 행사 중에서 처음으로 '서울 마이스 ESG 운영 실행지침'을 적용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놨다. 서울시는 이 지침을 수립해 주최단체 등을 상대로 행사별 ESG 운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까페쇼에서 전시 부스나 무대 등 장치물 제작을 위해 사용한 자재 사용량은 약 6만7219kg다. 이중 94%가 재사용, 2.7%가 재활용됐다. 사용한 카펫 가운데 66%는 중고였으며 전시장 안내 사인물인 X배너와 전시장 출입증, 부대행사 구조물 등은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썼다.

또 전시회 관련 필수 인쇄물인 쇼가이드(행사 소개 및 도면)와 디렉토리(참가업체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하면서 인쇄물 수량을 크게 줄였다. 2022년 서울까페쇼가 찍어낸 인쇄물은 9만3250장에 달했지만 지난해 3만7400장에 그쳤다.

참관객 등록의 경우 키오스크와 모바일 등록으로 등록데스크 제작수량을 줄였고, 행사장 안내와 홍보는 전시장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디지털 광고판)를 통해 진행함으로써 배너 수량을 감축했다.

2023년 11월 열린 서울까페쇼 디지털 사이니지

전시컨벤션 시설업체들도 마찬가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킨텍스는 지난해 ESG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근엔 제3전시장을 세우면서 기본설계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구축을 반영, 추후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전시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벡스코 역시 올해 전시컨벤션센터와 행사 주최사를 상대로 각각 ESG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그간 생분해 인증 현수막이나 재생 골판지 부스를 사용하도록 행사 주최자, 전시업체를 설득하는 등 ESG 경영을 확산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ESG

서울시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장기적 생존에 있다. 마이스는 보통 입찰로 이뤄지는데, 결국 ESG가 해외 고객들에게 선택받기 위한 사업경쟁력이자 브랜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간 팬데믹으로 가뭄을 지나는 과정에서 마이스업계에 옥석 가리기가 있었다. 부진한 기업은 도태되고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나 도시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경쟁국을 상대로 우위를 선점하려는 노력도 두드러진다. 특히 지난해 중국 관광이 재개된 이후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참전이 시작됐다. 중국은 세계 최대 국제전시회 주최사인 인포마(Infoma)의 행사 수익 16%를 차지하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먼저 홍콩 컨벤션전시센터(HKCEC)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이벤트에 대한 장소 대여기간 무료 연장, 3년간 홍콩에서 반복적으로 개최되는 전시회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도 견제에 들어갔다. 싱가포르관광청(Singapore Tourism Board)의 키스 탄 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홍콩은 마이스 행사들을 고정적으로 끌어오기 위해 많은 자원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경쟁을 환영하지만 이는 싱가포르 또한 투자 확보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국제회의 개최 건수가 103건으로 아시아에서 싱가포르(152건)에 이어 2위, 전 세계에서 10위를 차지했다.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한 순위인데 2019년과 비교하면 15위에서 5계단 올랐다. 올해는 '마이스 관광객 120만명' 달성을 목표로 집중적인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시가 최근 마이스와 관련해 ESG를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환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마이스산업에서 ESG 실천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ESG에 대한 마이스 업계의 관심 및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이 아닌 국내 차원에서도 ESG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마이스 산업은 60~70%가 정부 입찰로 이뤄진다. 행사 기획사들이 ESG에 대한 준비를 갖추고 있으면 수주를 따낼 때 유리하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스 관련 행사를 기획하는 기획사들의 경우 규모가 작다 보니 ESG에 대한 중요성을 잘 공감하지 못하는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중장기적 경쟁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꼭 필요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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