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대해부]'결정적 순간마다' 역사를 만든 인물들⑤[키맨]정상원부터 윤명진까지, 하이브 박지원 대표도 공헌
황선중 기자공개 2024-07-22 08:24:32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이 1994년 창립 이후 30년간 꾸준히 성장했던 배경에는 다수의 키맨이 있다. 이들은 넥슨에 기회와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과감한 결단과 탁월한 능력으로 한 단계 도약을 끌어냈다.◇넥슨의 방향성을 확립한 '정상원'
넥슨의 역대 키맨을 꼽을 때 정상원 전 대표의 이름은 빠질 수 없다. 넥슨의 첫 작품 <바람의나라> 개발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1970년생인 정 전 대표는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넥슨에 합류했다. 당시 <바람의나라>는 겉보기에 온라인게임 구색만 갖췄을 뿐 이용자가 재미를 느낄 만한 내용물이 부재한 상태였다.
정 전 대표는 밑그림만 있던 <바람의나라>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다. 이용자가 게임에 애정을 갖게끔 캐릭터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무기와 장신구 같은 아이템도 추가했다. 캐릭터 직업도 고르게끔 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온라인게임이 흔치 않던 시절 온라인게임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바람의나라>를 흥행으로 이끈 이후에는 <어둠의전설>, <택티컬 커맨더스>, <크레이지아케이드> 같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내놓으며 넥슨의 게임 포트폴리오를 한층 풍부하게 했다. 2001년에는 김정주 창업주의 뒤를 이어 대표로서 넥슨을 3년간 이끌었다. 현재는 전공을 살려 진큐어라는 바이오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교두보 만든 '데이비드 리'
넥슨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데이비드 리 전 대표도 넥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꼽힌다. 미국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 데이비드 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서였다. 2003년 넥슨 일본법인 합류해 대표로 활약했다. 이듬해인 2004년부터는 넥슨 한국법인 대표까지 겸직하며 넥슨의 실세로 떠올랐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메이플스토리>로 요약된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 대표작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넥슨이 만든 게임은 아니었다. '위젯'이라는 작은 게임사가 개발한 작품이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를 배급하는 퍼블리셔였다. 당시 <메이플스토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던 김정주 창업주는 위젯을 인수하고자 했다.
이때 소프트뱅크에서 인수합병(M&A)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데이비드 리 전 대표의 활약이 빛났다. 직접 M&A 협상 테이블에 앉아 위젯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나아가 <메이플스토리> 일본 진출까지 이뤄냈다. 세계적인 게임 시장인 일본에서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모바일 시대 연착륙한 '박지원'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업체 '하이브'를 경영하는 박지원 대표도 넥슨 출신이다. 1977년생인 박 대표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비개발자다. 그런데도 2014년 넥슨의 게임사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한국법인 대표를 맡아 경영을 이끌었다. 통상 한국법인 대표 자리에는 개발자 출신이 앉는 경우가 많았다.
박 대표가 맡은 과제는 체질개선이었다. 당시는 글로벌 게임 시장 무게추가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그때까지 넥슨의 실적을 지탱하는 기둥은 PC게임이었다. 만약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사업적 기둥이 무너져 후발주자로 뒤처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박 대표는 비개발자답게 비효율적 개발 구조를 손보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복잡한 의사결정도 간소화했다. 2016년 PC게임 <서든어택2>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출시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던 신속한 의사결정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모바일게임 시대에도 뒤처지지 않고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매출 5조 시대 열까 '윤명진'
최근 넥슨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핵심 자회사 네오플을 이끄는 윤명진 대표다. 네오플 평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유명하다. 1982년생인 윤 대표는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8년 네오플에 입사했다. 그때부터 10년 넘게 <던전앤파이터>를 담당했다. 차기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개발도 진두지휘했다.
2022년 네오플 대표로 올라선 윤 대표는 오랜 숙제였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월 현지 출시 이후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1조원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와 수익을 배분해도 최소 수천억원이 네오플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네오플은 조 단위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이후 찾아온 네오플 역성장 흐름을 완전히 끊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넥슨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힘으로 전체 매출 5조원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매출은 약 3조9000억원이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황선중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시프트업, '니케' 필두로 '한중일' 석권하나
- 동아줄 찾은 '웹3' 게임
- [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10년 넘게 끊긴 신규 IP, 자회사 체제로 극복하나
- [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돈 못버는 사업' 과감히 정리...선택과 집중
- [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수익성 억누르던 '개발비 부담' 덜어낸다
- [체질 바꾸는 엔씨소프트]물적분할 목표는 'TJ 색채' 탈피
- [게임사 CEO 보상 분석]CEO보다 고성과자에 연봉 더 주는 네오위즈
- 수익성 급한 엔씨소프트, '개발 자회사' 체제로 변화
- [게임사 CEO 보상 분석]넥슨게임즈의 CEO 동기부여 '주식 성과급'
- 넷마블, '외부 IP' 전략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