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직접수탁 10조 돌파…'명분·실리' 다 잡았다 운용업계 숏티지 해소에 내부 손익분기점도 넘겨
윤종학 기자공개 2024-08-01 10:08:48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0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 직접수탁고 10조원을 돌파하면서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앞서 증권업계 최초로 직접수탁 비즈니스를 개시하면서 수탁 숏티지(shortage)해소라는 명분을 챙긴데 더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도 확보했다. 운용사 고객군과 펀드 상품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며 증권업계 불모지였던 직접수탁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25일 기준 직접수탁고는 10조 973억원으로 파악됐다. 2022년 10월 직접 수탁서비스를 개시한 지 불과 1년 9개월만의 성과다. 증권업계 최초로 직접 수탁 비즈니스를 전개해 수탁 숏티지 해소에 나선 NH투자증권의 비즈니스 방향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앞서 운용업계는 일련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수탁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당시 수탁 비즈니스는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은행에 재위탁을 맡기던 분야다.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 소재를 수탁사에게도 묻기 시작하면서 기피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에 NH투자증권이 숏티지 해소라는 명분하에 증권업계 최초로 재위탁을 하지 않고 직접 수탁하기로 하면서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수탁고를 가파르게 키웠다. 직접수탁 개시 반년만인 2023년 4월 수탁고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23년 10월 5조원, 2024년 7월 1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이 직접수탁 비즈니스의 포문을 연 뒤 타 증권사들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직접수탁 시장에 진출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외에도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 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수탁고는 각각 2조6000억원, 2조원 등으로 NH투자증권과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다.
단기간에 수탁고를 키울 수 있던 요인으로는 시장 선점 효과 뿐아니라 적극적으로 고객군과 상품군을 확장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 PBS비즈니스와 연계가 용이한 상품이나 운용사 외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직접 수탁 시장 진출 초기 일반사모운용사 중심으로 수탁고를 키워왔지만 최근 종합자산운용사로 고객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22개 종합자산운용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종합자산운용사 대상 수탁고는 약 1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신탁형 펀드에 더해 회사형 펀드, 조합형 펀드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신탁형 펀드는 일반사모운용사들의 헤지펀드들이 해당하며 이미 PBS에서 수탁을 받고 있던 분야다. 반면 회사형 펀드나 조합형 펀드는 PBS업계에서 수탁을 받지 않던 섹터였는데 NH투자증권은 기관전용사모펀드, 투자조합 등을 통해 수탁을 개시해 수탁고 약 1조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 재간접 및 해외 대체펀드 중심으로 수탁고를 확대하는데 힘쓰고 있다. 해외펀드 수탁은 해외 지역 설정 여부, 계좌계설 필요성, 별도 계약서 작성 필요성 등 직접 수작업이 많은 분야로 은행에서도 맡기를 꺼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해외 펀드 수탁을 개시해 약 7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 직접수탁 10조원 돌파는 수익성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탁을 은행에 맡겨왔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숏티지 해소와 동시에 수익사업으로서의 비전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2배가량 조직 규모가 큰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위한 허들이 높았던 셈인데 10조원 돌파로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어느정도 불식시켰다. NH투자증권의 수탁조직인 수탁솔루션부는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 산하에 포함돼있다. 수탁영업팀, 수탁회계팀, 수탁자금팀 등 17명에 이른다. 프라임브로커리지본부는 수탁 비즈니스를 기획단계부터 직접 추진한 임계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임 대표는 "전체 수탁 시장에 비하면 증권수탁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며 "경쟁 구도가 아닌 증권업계 전체와 수탁 생태계를 키워가기 위한 증권수탁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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