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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인베스트먼트는 지금]어깨 무거운 박진범 공동대표, 최대 과제 '체질 개선'⑤'잭팟' 부제에 펀딩동력 힘 잃어…"주력산업 투자하는 펀드 결성에 집중"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20 07:11:31

[편집자주]

보광인베스트먼트는 35년의 업력을 보유한 1세대 벤처캐피탈(VC)이다. 한 때 '소리 없이 강한' 하우스로 꼽혔는데 최근 최대주주인 홍석준 회장이 경영전면에 등판하는 등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보광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활약하던 장남은 PE업계로 적을 옮겼다. 승계 등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홍 회장과 함께 CEO를 맡고 있는 박진범 공동대표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멈춰있는 펀드레이징을 다시 가동하고 투자 시계도 정상화 해야 한다. 더벨은 보광인베스트먼트의 현황과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보고 VC로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광인베스트먼트 최대주주인 홍석준 회장은 올해 3월 강민구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직접 대표이사로 등판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박진범 대표이사를 영입해 공동대표체제를 출범했다. 벤처캐피탈 실무 경험이 전무한 만큼 하우스 운영을 맡아줄 인물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이 하우스의 방향성을 그리고 박 대표가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구도가 완성됐다.

사령탑에 선 박 대표의 앞길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회수 성과를 내지못하며 펀드레이징에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우스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 이후 성과보수 전무, 부분자본잠식도 장기화

1962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 석사 출신인 박 대표는 한국 장기신용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난 2000년 K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며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발을 들였다. KB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2본부장까지 지냈으며, 국민연금 출자펀드인 '국민연금05-6KB벤처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을 정도로 성과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2017년에는 KB인베스트먼트를 나와 자신이 투자했던 이즈미디어에서 CFO를 맡았고, 최근까지는 VC인 스케일업파트너스에서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 재직 당시 기술력 기반의 수입대체 산업 소재·부품·장비 투자에 주력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 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보광인베스트먼트는 외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VC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을 다수 만났고, 이 중 박 대표를 영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하우스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인물로 박 대표를 점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1989년 설립된 보광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1993년 첫 조합인 보광1호투자조합을 만들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고, 1995년 230억원 규모의 2호투자조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 벤처 시장에선 대규모 펀드에 속했다. 1998년까지 매년 1개의 펀드 결성에 성공하며 사세를 키워왔다.

초기 펀드의 투자 성과는 괄목할만 했다. 초기 펀드의 회수시점이 도래하면서부터 거의 매년 성과보수를 수령한 게 이를 방증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38억원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과보수를 받았다.


다만 2006년 이후 지난 2019년까지 단 한 차례도 성과보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하우스의 경영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펀드레이징은 초반보다 다소 부진했고, 2010년까지 AUM은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연간 20억원가량이 유입되던 관리보수도 1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물론 성과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투자에 실패했다고 보긴 어렵다. 보광인베스트는 업계에선 조용하지만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하우스로 정평이 높았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2013년 국민연금의 GP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우스의 적자는 지속됐다. 2016년엔 운영자금을 대기 위해 최대주주인 홍석준 회장으로부터 40억원을 차입했다. 2018년 말에는 자본총계(107억원)가 자본금(129억원)보다 적은 부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부분자본잠식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129억원으로 자본금(149억원)보다 적다.

◇'스포츠·문화' 펀드 쏠림현상 심화

하우스의 어려움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취임한 박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하우스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스포츠와 문화콘텐츠 등으로 치중된 펀드의 주목적을 소부장 등 메인스트림에 맞추는 게 우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광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모태펀드의 국내 첫 스포츠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되며 2015년 첫 스포츠펀드인 ‘보광22호 스포츠-IT융복합 투자조합’을 만들었다. 이후 스포츠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펀드레이징이 지속됐다. 넓은 주목적 투자범위를 가진 펀드보다는 경쟁이 덜 치열한 문화·스포츠 계정을 중심으로 출자사업에 지원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화와 스포츠 계정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향후 출자사업에서 내세울 트랙레코드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더불어 문화계정의 출자사업 경쟁률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보광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모태펀드 1차정시 문화일반분야 출자사업에 도전했지만 운용사 자격을 따내지 못했다.



강민구 전 대표가 Co-GP 펀드 결성 투자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강 전 대표는 그간 보광인베스트먼트가 시도하지 않던 Co-GP 프로젝트 펀드 등을 통해 소부장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초소형 이차전지 제조업체인 코칩에 90억원을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현재 운용중인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성공적으로 회수하며 출자사업에서 경쟁력을 갖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해나갈 방침이다. 박 대표는 “하우스의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며 “특수목적 펀드보다는 한국의 주력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주목적의 펀드를 만들어 운용 해나가는 게 중단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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