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던스 달성률 분석]'하반기 흑자전환' 약속 지킨 SK온2021년 분사 이후 3년만…원가절감·해외공장 조기 정상화 등 영향
정명섭 기자공개 2024-11-05 09:51:55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미래는 SK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그룹은 에너지-통신(텔레콤)-반도체에 이어 배터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수년간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성과는 예상보다 더디게 올라왔다. 2021년 10월 물적분할 당시만 해도 이듬해 분기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23년이 지나도 홀로서기에는 현금창출능력이 부족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여파가 당초 전망보다 크고 깊었다.
원가 절감과 투자 속도조절 등 체질개선을 외친 2024년 SK온은 마침내 분기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사 후 3년 만에 첫 분기흑자..."전사적 원가절감·기저효과 등 요인"
SK온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27억원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처음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분기 영업손실(4601억원)과 비교해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이다.
흑자전환 요인으로 고단가 재고 소진, 헝가리 공장 초기 비용 기저효과(2115억원), 수익성 개선 활동(599억원) 등이 손꼽힌다. SK온이 분기 흑자를 달성한 건 2021년 10월 분사 이후 약 3년 만이다.
SK온은 지난 2분기 상업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3공장의 생산량 확대(램프업)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미국 조지아주 2공장을 상업 가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적용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헝가리 3공장의 빠른 가동 정상화로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내년 가동할 예정이다. 켄터키 2공장은 양산 시점을 연기할 예정이다. 현대차 JV는 2025년 말 이전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대차 전기차 생산 계획과 라인 운영 최적화 등을 고려하면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온은 전기차 시장 상황과 고객사 수요를 보고 향후 자본적지출(CAPEX)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시설투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오벌SK(포드 합작사)와 현대차 JV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돼 내년 CAPEX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길고 길었던 '적자 터널'
SK온은 분사 전인 2021년 7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할 당시 2022년 4분기에 첫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정작 영업손실 2566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조726억원에 달했다.
2020년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발생하면서 당초 전망보다 2022년 전기차 판매량이 줄었다. 미국 배터리 신규 공장의 배터리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잡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됐다.
2023년 초에 내세운 가이던스는 '2023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 그러나 고금리에 따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지난해 SK온은 EBITDA는 -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 또한 5818억원에 달했다.
SK온은 그해 4분기에는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지역 배터리 생산량 확대가 성장 동력이었다. 현지 배터리 셀 생산량에 따라 세제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든든한 뒷배였다. IRA는 배터리 셀과 모듈의 현지 생산 시 kWh당 45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이 당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SK온 미국 조지아 공장 투어를 진행한 것도 흑자전환을 자신한 움직임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EP(손익분기점)를 앞두고 주요 생산 현장을 오픈하는 건 투자업계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영업손실 186억원이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에 따른 메탈가격 하락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SK온의 홀로서기가 늦어지자 SK그룹은 올 들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SK온-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까지 추진했다. 현금창출력이 있는 계열사들이 '배터리 혹한기'로 재무부담이 커진 SK온과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을 지원토록 하는 전략이었다.
◇SK온과 살림 합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재무부담 완화' 기여할 듯
SK온은 올 4분기에 배터리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 가동, 내년 상반기 신차 출시 등이 성장 모멘텀이다. 원가 구조 개선 활동도 계속 병행된다.
지난 1일 한식구가 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사업 시너지도 관전 포인트다. SK온은 합병을 통해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도 앞서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 이달부터 살림을 합쳤다. SK트레이딩인터셔널의 최근 5년(2019~2023년) 평균 매출액은 37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33억원이다. 작년 말 기준 보유 현금은 8844억원이다. 올 4분기부터 SK온의 재무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SK온은 이날 미국 대선에 따른 북미 배터리 사업 영향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재집권하면 보조금 삭감과 환경규제 약화는 피할 수 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현욱 SK이노베이션 IR 태스크포스(TF) 담당은 "IRA 전면 폐지보다는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예산 제한 등 제한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보호 무역주의 강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미국 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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