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사회 의장 내려놓는 최윤범, '지배구조 공격' 방패될까고려아연 유상증자 자진철회…임시주총 전망, 이사회·정관 변경 '격돌' 예고
허인혜 기자공개 2024-11-14 10:47:5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이사회의 소집 권한을 좌우하는 것으로 지배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격 논리가 최 회장 중심의 경영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의 변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려아연은 정관상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는 한편 이사회를 소집하도록 하고 있어 주주총회를 통한 정관의 변경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지분 약 39.83%를 보유한 영풍 측의 동의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말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안건으로 맞붙게 됐다.
◇최윤범 "유상증자 자진철회,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로"
고려아연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운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범 사장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유상증자 자진철회와 그 배경을 밝히는 한편 고려아연 정관과 이사회 구조 변화에 대한 계획도 내놨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달 30일 제출한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적정성에 대해 주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의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시장과 주주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출해 맡기기로 했다.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IR전담 사외이사도 정한다. 이사회에 대한 제3자 평가도 실시하기로 했다. ESG위원회는 상법상 위원회로 승격한다. ESG와 관련한 결정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골자다.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 놓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이같은 목표에 부합하려면 정관 변경이 필수적이다. 고려아연 정관 제33조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장은 회장이 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고려아연은 이 부분의 정관을 손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제32조에 따라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회장이 소집하고 유고 시 부회장이 대행, 이후 사장과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 등으로 대행 권한이 넘어가는데 이 부분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된 권한들도 모두 이연되는 효과다. 이사회를 회장이 소집한다는 항목이 수정되면 이사회에서 정한 이사로 권한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회장에게 부여됐던 이사회 소집 권한이 이사회 의장으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사회의 결의로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고, 전반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 이사회 내부에 위원회 설치도 가능하다. 사외이사에게 미치는 최 회장의 영향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할 때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가 이사회 중심으로 구축되는 셈이다.
영풍 측의 동의도 관전 포인트다. 정관의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충족돼야 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39.83%로 추정되고 최 회장과 우호지분이 약 34.65%로 예상되기 때문에 영풍 측의 판단도 배제하기 어려운 요소다.
◇"분기 배당 도입…소수주주 과반결의제(mom) 조항 추가"
주주 지원과 환원 정책도 마련했다. 우선 분기 배당을 도입한다. 고려아연은 최근 2년간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분기배당이 도입되면 더 잦은 주주환원이 가능해 진다. 고려아연은 8월 주당 1만원의 중간 배당을 결정해 고지했다. 배당금 총액은 2055억원으로 순이익 대비 비율은 71.4% 규모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2월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4조원대 주주환원 계획도 전했다. 10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진행한다는 목표였다.
소수주주의 과반결의제(mom·majority of minority) 조항도 추가된다. 이 제도는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복수의 기업 등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이나 분할, 포괄적 주식교환 등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간 이해가 상충될 경우 지배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배주주가 회사의 대표를 겸직할 경우 지배주주의 의도가 일반 주주 대비 높은 비율로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랐다. 이 조항을 추가하면 차후 영풍 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관 변경을 통해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하도록 하고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정관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소액주주 전담팀을 신설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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