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사 풍향계]권봉석 ㈜LG 부회장 '성장동력' 발굴에 힘 실었다⑧'미래 투자' 담당 경영전략부문 폐지, 주요 기능 권 부회장 직속으로
정명섭 기자공개 2024-11-29 07:24:32
[편집자주]
LG그룹의 2024년은 녹록지 않았다. 화학(배터리 포함)과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부진으로 그룹의 수익성이 2년 연속 저하했다. 동시에 배터리 설비 투자와 중소형 OLED 관련 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은 커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이라는 변수에도 대응해야 한다. 더벨은 LG그룹의 올해 말 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지킨 권봉석 부회장의 역할이 달라진다.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중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 힘을 쏟는다. ABC 사업 확장이 LG그룹 밸류업과 직결된 만큼 권 부회장을 앞세워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경영전략부문' 폐지, 미래투자 기능 권봉석 부회장 산하로
㈜LG는 최근 정기인사 과정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2021년 말부터 유지된 경영전략부문, 경영지원부문 등 2개 부문 중에 경영전략부문이 사라지고 '경영관리부문'이 신설된 게 핵심이다.
경영전략부문은 국내외에서 다수의 매물을 검토하는 등 인수합병(M&A)을 비롯한 투자를 담당해왔다. 인력 규모가 3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전체 인원의 약 15% 수준이다.
경영전략부문 산하에는 미래투자팀이 있다. 경영전략부문을 이끌어온 인물은 2019년 초 영입한 베인앤컴퍼니 글로벌 디렉터, 한국 대표 출신인 홍범식 사장이었다. 미래투자팀장은 LG화학 출신의 조케빈 전무다. 조 전무는 2021년 초 LG화학에 영입돼 투자총괄을 맡았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지주사의 부름을 받았다.
홍 사장이 이번 정기인사에서 LG유플러스 CEO에 내정되면서 경영전략부문 내 포트폴리오 전략과 미래투자를 담당하던 조직은 권 부회장 직속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권 부회장 직속으로 운영돼 온 전자팀과 화학팀, 통신서비스팀은 경영관리부문 산하로 편제됐다. 이는 권 부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보다는 미래 사업 육성에 더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영관리부문장은 전자팀장을 맡았던 이상우 전무가 부사장을 승진하며 경영관리부문장과 전자팀장을 겸임하게 됐다. 이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LG전자에서 LCD TV 플랫폼기획그룹장, 콘텐츠FD담당(상무), HE경영전략담당, TV사업운영센터장(전무)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작년 11월부터 ㈜LG 전자팀장을 맡아왔다.
권 부회장이 미래 사업 육성 강화에 집중하게 된 만큼 그룹에 ABC 사업 확장 속도가 내년부터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인사에서 전체 신규 임원 중 23%인 28명이 ABC 분야에서 발탁된 건 그룹이 성장동력 발굴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는지 나타낸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약 한 달간 진행한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 과정에서 ABC 사업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밸류업 직결된 ABC 사업, 수익성은 아직
ABC 사업 확장은 그룹의 밸류업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다. ㈜LG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8~10% 달성을 내걸었는데 세부 과제 중 하나가 'ABC 영역에서의 투자 성과 창출을 통한 수익성 제고'였다.
전자·통신·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이 'LG 1.0'이었다면 배터리와 전장 사업이 '2.0', ABC 사업이 '3.0'이다. 2.0까지의 사업이 초대부터 3대 회장들의 업적이라면 3.0은 구 회장의 성과인 만큼 책임이 막중하다.
LG그룹은 아직 ABC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에서 바이오 사업(생명과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2.2%(2023년 기준)다. 클린테크 사업은 친환경 소재,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등인데 대부분의 사업이 아직 시장 형성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수익성을 기대할만한 분야는 AI다. LG그룹은 LG AI연구원을 앞세워 AI를 계열사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제품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각 계열사가 그룹 자체 AI 모델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자체 생성형 AI를 도입하는 식이다. 내부에서 엑사원의 활용성이 검증되면 외부 기업들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수익화 가능성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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