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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제주은행, 계륵이 되기보다는

김현정 기자공개 2025-01-17 08:03:41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8: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흥은행(신한은행), 굿모닝증권(신한증권), LG카드(신한카드), 오렌지라이프(신한라이프). 신한금융그룹 품에 안긴 곳들이다. 모두 지주사 전략 내 경영 일관성을 위해 상장폐지 절차를 거쳐 완전자회사가 됐다. 은행권 부동 1위였던 국내 최고(最古)의 조흥은행, 인수자금만 7조원 LG카드, 자산규모 32조원의 오렌지라이프 등 굴지의 회사들 모두 그랬다.

오로지 단 한 곳, 조그맣고 조그만 제주은행만이 신한지주와 나란히 상장사로 존치한다. 지분구조는 신한지주 75.3%, 소액주주 16.72%다. 2002년 신한그룹으로 들어왔지만 상폐되지 않았다.

신한지주는 타 인수계열사처럼 애초부터 제주은행을 100% 자회사로 만들 방침이었다. 신한은행과의 합병 시도가 막힌 건 '지역민의 입김' 때문이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제주지역 유일한 상장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상장을 존치하라는 제주상공회의소 등 지역단체의 은근한 압력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신한지주가 제주은행을 완전자회사로 만들고자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제주도민 및 재일교포로 이뤄진 소액주주로 경영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제주은행 이사회는 절반이 제주도 교수 및 재일교포로 이뤄져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라 지점 등 사업영역이 중복돼도 조절할 수 없다. 세무적 불이익도 있다. 지주사의 배당수입에 대한 100% 익금불산입이 100% 자회사에만 해당되는 만큼 지금 구조에서는 과세표준이 커진다.

제주은행으로서도 온전한 신한지주 체제로 들어가는 게 이득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쟁력 문제다. 제주은행은 성장은 저조하고 수익성은 부진하며 건전성은 악화 중이다. 지방은행 중 꼴찌라는 꼬리표도 오래다. 2년 전 신한지주가 제주은행의 디지털화를 위해 인터넷은행 전환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완전자회사가 아닌 데다 제주은행 내 도민 입김이 센 만큼 밀어붙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코닥의 ‘사진 인화 사업’을 기억하는가. 나중엔 계륵 같은 존재가 돼버린. 코닥은 변하는 시대 속에서 필름 사업에 지나치게 집착했고 시장에서 뒤처졌으며 결국 몰락했다. 코닥 내부에서 디지털 전환을 지지하는 세력과 기존 사업의 보호를 주장하는 세력 간 갈등이 결국 혁신을 저해하고 말았다.

제주은행 내서도 현재 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지역 기반 은행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때다. 이대로 그룹 내 계륵으로 자리하기보다는 진지하게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더 늦기 전 제주은행 스스로가 답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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