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회계 톺아보기]샘표식품, 전통 장류 넘어 '종합 식품사' 전환 가속미생물 연구 개발 결실물 요리에센스 '연두', 3년 간 매출액 3% 이상 투자
정유현 기자공개 2025-02-04 07:56:52
[편집자주]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0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식품업계는 R&D(연구개발) 투자에 보수적이라 평가받는다. 원가 부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분배한다. 익숙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보수적 입맛도 R&D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국내 주요 식품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 내외지만 샘표식품은 3% 이상이 유지되고 있다. 국내 간장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배경도 꾸준한 연구개발이 원동력이 됐다. 최근에는 간장 제조업체를 넘어 국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非) 장류 분야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식품사 R&D 매출 비중 1%대, 연간 영업익 규모 맞먹는 투자 집행
샘표식품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누적 연구개발비용은 98억5856만원이다.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고 매출액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2년과 2023년에도 3%대 비중이 유지됐다.
종합식품사 대비로 보면 연구개발비용 규모가 큰 수치는 아니지만 샘표식품에는 유의미한 금액이다. 2019년에는 매출액의 4% 이상을 투입했다.
2024년 3분기까지의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98억4645만원)에 맞먹는다. 1년치 영업이익을 쏟을 만큼 R&D에 적극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정부보조금 차감 후 수치를 보면 2022년 약 117억원, 2023년 130억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했다.

1946년 설립된 샘표식품은 전통 장류의 품질 향상과 발효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1958년 국내 장류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설립할 정도로 R&D 역사가 깊다. 이 노력 끝에 1966년 출시된 '진간장'은 간장의 보통 명사가 됐을 정도다. 임직원의 20% 이상이 연구원일 정도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샘표식품은 미래 핵심 먹거리가 '미생물 공학'에 있다고 판단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발효전문 연구소를 설립하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기술연구소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오송에 위치한 '우리발효연구중심'과 2017년 꾸린 '우리맛연구중심' 두 축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맛 연구 중심은 유명 셰프로 자문단을 꾸리기도 했다.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연구기획실 △우리발효연구실 △신사업연구실 △바이오분석연구센터 △SFP TF팀으로 구성됐다. 우리맛연구중심은 △식품개발연구실 △우리맛연구실로 가르마를 탔다. 기술연구소는 허병석 전무이사가 맡고 있다. 된장, 고추장 등 전통 장 연구를 시작으로 김치, 술 등 발효 미생물 식품연구를 지휘한 인물로 연두 제품도 허 소장의 손길을 거친 제품이다.

◇제2의 연두 찾기 위한 R&D 지속, 비장류 포트폴리오 확대 '주력'
샘표식품이 2010년 출시한 요리에센스 '연두'는 R&D 투자의 결실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간장 시장 1위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연구를 지속했다. 2001년 밀을 넣지 않고 콩과 소금으로만 발효한 전통 한식 간장의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국내 최초로 '맑은 조선간장'을 선보였다. 미생물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출시한 제품이 연두다.
당시 샘표식품은 별도의 제품개발 조직이 없어서 연구조직에서 마케팅부와 함께 상의해 제품을 완성해 가는 구조였다. 출시 후 리뉴얼 과정을 거쳐 2012년 요리 에센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연두가 재탄생했다. 전통 장류 기업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한 주역으로 꼽힌다. 연두의 해외 매출은 연평균 30%증가하고 있다.
대두 알레르기가 있는 외국인도 한국 간장의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한 '완두 간장'은 '아누가 2023'에 이어 '시알 파리 2024'에서도 혁신 제품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얻었다.
2021년에는 창립 75주년을 맞아 우리맛연구팀 주도로 '새미네 부엌'을 론칭했다. 한식 간편 소스 브랜드를 통해 연두의 흥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김치뿐 아니라 잡채, 멸치볶음 등을 소스 하나로 간단하게 요리하면서도 맛을 낼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됐다. 비장류 제품 연구 개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폰타나' '티아시아 키친' 육포 브랜드 '질러' 등도 샘표식품의 비장류 라인업이다.
최근에는 중화 요리 HMR 브랜드 '차오차이' 등을 출시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화 메뉴를 간편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5년 연구 개발 끝에 출시된 제품이다. 품질과 간편함을 앞세워 연 매출 1000억 원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이다.
충북 제천 제2산업단지에 공장을 신설해 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소재 사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샘표식품 측은 "신사업 연구실에서 장(醬)의 미생물 발효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 화장품 소재, 세포배양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연두 등 세상에 없던 제품을 선보여 우리 맛을 전 세계로 알리는데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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