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투자증권 옛 사장이 후임 수장에게 당부 하나를 남겼다. 신한증권에서 성장한 인물이 대표에 오르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제 막 중책을 맡은 인재가 알아서 회사를 옮기는 사례를 여럿 접하고 내린 결론이었다.인사 파트에서는 매년 단행하는 인사 조치를 종합 예술이라고 말한다. 단지 승진자 개인의 영달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임원진에 대한 인사라면 조직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함의를 담는다. 임직원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사장을 시작으로 그룹장과 윗선 인사를 살피면서 구성원은 회사에서 정해줄 자신의 미래를 가늠하기 마련이다.
신한증권은 과거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유독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찾아왔다. 강대석 전 대표를 끝으로 주니어 시절부터 하우스에서 커온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겨우 무게감 있는 자리에 올랐는데 그 위로 향하는 앞날이 없다면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사람의 심리요, 본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전임 사장은 괜한 참견일 수 있는 한마디를 던진 것이다.
지난해 말 신한증권의 신임 대표로 낙점을 받은 건 이선훈 사장이다. 1999년 입사 이후 자산관리와 리테일 조직에서 오랜 업력을 쌓아왔다. 대치센트레빌지점장, 광화문지점장을 거쳐 강남영업본부장, 전략기획그룹 부사장, 리테일그룹 부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그 뒤 잠시 SI증권 대표를 맡았으나 누가 뭐라고 해도 '신한증권맨'인 건 분명하다.
옛 사장의 바람대로 내부 인사가 발탁됐으나 그에 따른 숙제도 남아있다. 어쩌면 이 사장의 어깨 위에 놓인 책임과 임무의 무게는 세간의 예상보다 무거울 수 있다. 그가 거둘 성적표는 신한증권 후배가 자신의 뒤를 잇는 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선명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다면 역시 외부 스카우트가 절실하다는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잘나가는 은행 계열 증권사는 인사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무 일선 때부터 하우스의 성장에 일조한 인물이 오랫동안 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KB증권이나 NH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이런 조직 문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사내의 공감대 자체가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그야말로 이곳에 뼈를 묻겠다는 인재가 여기저기에 있는 건 큰 힘일 수밖에 없다.
이선훈 사장은 첫 신년사에서 "잘못된 관행을 제거하고 새롭고 건강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선물매매 사고의 뒤처리를 급선무로 삼고 있다. 신한증권은 늘 그랬듯이 위기를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그보다 이 사장이 짊어진 또 다른 책무가 훨씬 더 무거울 수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desk]하나증권이 만드는 '고객'과 '손님'의 차이
- '교보생명 사태'와 자본시장의 신뢰
- [thebell desk]구찌와 아워홈의 공통점
- [thebell note]에이피알 '가이던스'의 자신감
- [IB 프로파일]글로벌 '정통 IB' 개척 1세대, 원준영 씨티증권 전무
- 이상한 나라의 네이버
- 두루뭉술한 상법 개정, 기업 선진화 방책일까
- [thebell note]바이오텍 '메이저리거'의 탄생
- [thebell note]부동산서비스회사, 투자자문업 진출에 대한 우려
- [thebell interview]황국현 OSR홀딩스 의장 "나스닥 입성, 바이오산업 새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