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프로파일]글로벌 '정통 IB' 개척 1세대, 원준영 씨티증권 전무개화부터 성숙까지 30년 산증인 "해외 시장 가교 역할"
윤진현 기자공개 2025-02-19 07:49:1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7일 15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개화한 후 3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1세대 글로벌 IB맨으로는 원준영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하 씨티증권) 자본시장부(CM부) 전무가 꼽힌다. 사회생활 초년기 발행사 사이드에 있던 그는 글로벌 IB로 적을 옮긴 후 시장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성숙기까지 함께 했다.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물 발행 업무는 홍콩 IB 베이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때 원 전무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개 및 인수 업무를 시도했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필수 작업이라는 판단으로 매진했다. 어느덧 한국물 시장은 발행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30년 노하우의 원준영 전무가 이끄는 씨티증권은 무려 6년 연속 한국물 리그테이블 1위를 지켰다. 우리나라와 해외 자본시장의 가교 역할을 해 온 그의 전략에 이슈어들도 적극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성장 스토리 : 발행사 사이드에서 정통 IB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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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사(기업) 사이드에 있던 그가 업을 바꾼 건 1995년이다. 늦기 전에 증권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에 뱅커스트러스트(현 도이치뱅크) 한국지점에서 글로벌 IB 업무를 시작한다. M&A부터 CB(전환사채), 세컨더리채권 중개 등의 업무를 전담했다.
증권업에 막 발을 디딘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가장 일찍 회사에 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 트랙레코드를 쌓아가는 단계였던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IB업에 열중했다.
원 전무는 "증권업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 이상 일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며 "다루는 상품의 특성상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워커홀릭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원 전무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1999년 뱅커스트러스트가 도이치은행으로 흡수 합병되면서 인력 정비의 기간을 가졌다. 이때 원 전무는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증권)로 옮기는 결단을 내린다.
살로먼스미스바니는 당대 최고의 글로벌 IB 하우스였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중개 역량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한국 지점은 중개자의 역할이 컸다. 홍콩 지점 IB들의 규모와 역량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한국물 이슈어들과 홍콩 IB들과의 가교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 한국 지점은 DCM 역량을 키우는 목표가 있었다. 원준영 전무는 이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한국물의 발행 업무를 전담하기 시작했다. 사모채를 시작으로 공모채, 신종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 1) 등 발행 영역을 넓혔다.
어느덧 한국물 시장의 한 해간 발행액은 500만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DCM IB 하우스는 30여곳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씨티증권은 더벨이 리그테이블 집계를 시작한 후 약 20여년간 한국물 주관 부문에서 선두권을 지켰다.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진 연이어 1위에 오르며 6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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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타일 및 환경: 마부작침의 자세, 씨티증권의 지지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이는 원 전무의 업무 스타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 왔다. 한국에 DCM 주관 작업을 안착하는 건 물론, IPO(기업공개),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그는 "DCM 시장에서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착이 되고 난 후에 씨티증권에서 ECM 업무에 대한 기회를 줬다"며 "가능성이 있다면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IPO(기업공개)를 시작으로 ECM 주관 업무를 본격화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증권과의 합도 좋았다. 원 전무의 전략과 판단을 적극적으로 믿고 지지해 줬다. 이는 씨티증권의 강점이기도 하다. IB들이 의지를 보이는 일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 원 전무는 씨티증권의 적극적인 지지 속 영역 확장을 마칠 수 있었다.
원 전무는 "시장 분위기를 볼 때 딱 맞는 전략이라는 판단이 들면 밀어붙이곤 했는데 씨티증권에서도 이를 용인해줬다"며 "고객에게 빠르게 조달 전략을 제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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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레코드 1: 정기 이슈어 된 KT의 한국물 '데뷔전'
IB가 된 후 의미 있었던 딜 중 하나로 KT의 한국물 발행을 꼽았다. 당시 KT의 글로벌 신용등급을 평정 작업을 돕는 업무로 첫 관계를 맺었다. 해외 신용등급 평정 업무를 담당하는 뱅커를 영입해 등급 평정 수요가 있는 이슈어와 협업을 시작했다.
원 전무는 "외화 조달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더라도 글로벌 신용등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신용등급 평정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인력을 구축해 이 단계부터 시작했고, 이후 조달 전략까지 전담하는 구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외화 조달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KT의 한국물 데뷔전을 함께 했다. 이후 현 시점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북러너 역할을 맡았다. KT는 한국물 시장에서 업력을 쌓으면서 사무라이본드(일본달러 표시 채권)와 글로벌본드, 유로본드까지 조달 수단을 다각화했다.
어느덧 단건 발행액이 5억달러를 상회하는 정기 이슈어다. 글로벌 신용등급도 A-급으로 국내 민간 기업 중 우량한 한국물 이슈어로 발돋움했다. S&P와 무디스, 피치가 각각 A-, A3, A로 평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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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레코드 2: 시장 반응 뜨거웠던 삼성바이오로직스 IPO
IPO 트랙레코드 중에서 의미가 큰 딜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꼽았다.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IPO(기업공개) 딜까지 연이어서 주관한 만큼 기관 모집에 공을 들여야 했다.
시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6년 코스피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마쳤다. 주문액만 390조원에 달했고 경쟁률은 295대 1을 넘겼다. 국내외 기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결과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13만6000원)으로 정해졌다.
씨티증권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20만5512주)의 인수 비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공모가를 반영한 배정금액은 2999억4963만원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IB 중 가장 높은 인수 비율을 인정받은 셈이다. 씨티증권은 당해(2016년) 단 한 건의 주관 실적으로 IPO 리그테이블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트랙 레코드 3: IPO 후 진행된 '카카오뱅크 블록딜'
씨티증권의 또 다른 강점인 블록딜 중에서는 카카오뱅크를 기억에 남는 딜로 짚었다. 씨티증권이 2021년 7월 카카오뱅크의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블록딜까지 단독 주관해 패키지 딜을 성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2개월 후 보유 지분 1368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프라이싱에 앞서 종가(8만8800원)에 9.9~13.9%의 할인율 밴드를 제시했다. 북빌딩 과정에서 해외 기관의 수요가 몰리며 밴드 최하단(9.9%)으로 할인율 수준을 확정했다. 약 8만원의 매도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약 3.2%(1523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 중 90%를 처분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당초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다.
◇시장에 대한 제언: "선진화를 위한 노력 지속돼야"
우리나라 조달 시장의 최전선에서 약 30년간 머무른 그는 우리나라 이슈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바라봤다. 그중에도 한국물 시장의 경우 진입장벽을 더욱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더 많은 민간 기업이 발행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겠다"며 "하이일드채여도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통화로 조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인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IPO 시장의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소 긴 IPO 공모 기간으로 인해 해외 기관이 참여를 꺼리는 측면이 있는 탓이다. 공모 기간이 길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투자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IPO에 해외 기관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만 공모 구조 한계로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국내 IPO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면 해외 기관 투자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 전무는 IB 후배들을 향한 제언으로는 '누구보다 많이 만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대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결국 고객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더욱 다채로운 전략을 제시해야 딜을 할 수 있다"며 "최선을 다했기에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을 때면 짜릿함이 있었는데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2개월 후 보유 지분 1368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프라이싱에 앞서 종가(8만8800원)에 9.9~13.9%의 할인율 밴드를 제시했다. 북빌딩 과정에서 해외 기관의 수요가 몰리며 밴드 최하단(9.9%)으로 할인율 수준을 확정했다. 약 8만원의 매도 가격을 결정할 수 있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약 3.2%(1523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블록딜을 통해 보유 지분 중 90%를 처분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당초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3만9000원이었다.
◇시장에 대한 제언: "선진화를 위한 노력 지속돼야"
우리나라 조달 시장의 최전선에서 약 30년간 머무른 그는 우리나라 이슈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바라봤다. 그중에도 한국물 시장의 경우 진입장벽을 더욱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더 많은 민간 기업이 발행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겠다"며 "하이일드채여도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통화로 조달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인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IPO 시장의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간극을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소 긴 IPO 공모 기간으로 인해 해외 기관이 참여를 꺼리는 측면이 있는 탓이다. 공모 기간이 길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인식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투자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의 IPO에 해외 기관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만 공모 구조 한계로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국내 IPO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면 해외 기관 투자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 전무는 IB 후배들을 향한 제언으로는 '누구보다 많이 만나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대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결국 고객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더욱 다채로운 전략을 제시해야 딜을 할 수 있다"며 "최선을 다했기에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받을 때면 짜릿함이 있었는데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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