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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가격 책정 기능 잃은 IPO 수요예측…밴드 상-하단 ‘극단적’당국 발표 제도 개선방안 두고 볼멘소리…"허들 높여야"

백승룡 기자공개 2025-02-17 08:02:2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4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가 2년 넘게 밴드 ‘상단 이상’ 또는 ‘하단 이하’에서만 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본래 희망공모가밴드의 취지는 제시된 가격 범위 안에서 시장의 힘으로 적정 가격을 발견하기 위한 것인데, 상단 아니면 하단이라는 극단적인 투기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밴드 사잇값 공모가 산정 2022년 이후 '전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IPO 수요예측을 치른 기업은 총 15곳(스팩 제외)으로, 이 가운데 희망공모가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으로 공모가가 정해진 곳은 10곳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최대 IPO였던 LG CNS가 희망공모가밴드를 5만3700~6만1900원으로 제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인 6만1900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5곳은 밴드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올해 첫 IPO 주자였던 미트박스글로벌은 희망공모가 밴드를 1만9000~2만30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밴드 하단인 1만9000원에서 공모가가 정해졌다. 이후 와이즈넛, 데이원컴퍼니, 오름테라퓨틱, 동국생명과학은 각각 제시한 희망공모가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IB업계 관계자는 “LG CNS가 3년 만에 조 단위 공모에 성공하면서 IPO 시장 투심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는데 시장의 분위기가 의미있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다”며 “LG CNS가 증시 입성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고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활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백억원대 중소형 IPO 위주로 수요예측이 이뤄지면서 공모주 3곳 중 2곳은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 책정에 성공하고 있고, 나머지는 하단에서 결정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IPO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상단 혹은 하단으로 양극화되는 흐름은 무려 2년 4개월째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2022년 10월 반도체 장비업체 저스템이 밴드를 9500~1만1500원으로 제시해 1만500원으로 확정된 것이 밴드 내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마지막 IPO였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IPO 시장이 수년째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옥석 가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근본적으로 수요예측 제도가 엉망이 되면서 과열 아니면 미달로 가격발견 기능이 실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규모 운용사 난립, 수요예측 가격 기능 왜곡 ”참여 제한해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절차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으로 꼽힌다. 상장 주관사가 1차적으로 기업실사를 거쳐 상장예비기업의 펀더멘탈을 공모가밴드로 제시하면, 수요예측을 통해 기업의 적정 가격을 시장의 힘으로 발견한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다만 2022년 10월 이후 수백 개 기업의 상장 과정에서 '밴드 사잇값'에서 공모가가 산정된 적이 한 건도 없다는 것은 주관사와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정교한 가격책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기업가치평가 역량이 떨어지는 소규모 운용사들의 난립이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증권사 관계자는 “IPO 수요예측을 치르면 많게는 2000곳 넘는 기관이 몰리는데 제대로 기업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100~200곳뿐”이라며 “나머지 대다수 소규모 운용사들이 투기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실력 있는 운용사들의 밸류에이션 판단을 압도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가치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운용사들은 무분별한 ‘집단 행동’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밸류에이션 판단에 의존해 수요예측 참여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기관의 전략을 집단적으로 추종해 밴드 상단 혹은 하단에 베팅한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동안 희망공모가밴드 내에서 공모가가 정해진 적이 한 차례도 없고 전부 ‘상단 이상’ 또는 ‘하단 이하’로만 정해진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초 IPO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자격을 강화하고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수요예측 참여자격 강화 방안으로는 펀드·일임재산 참여자격을 기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본부장은 “기존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들도 대다수가 기업가치평가 역량이 부족한 곳들인데 이들 수준으로 자격을 맞춘다는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PO 제도 개선은 수요예측의 가격발견 기능에 기여할 수 있는 운용사들 위주로 참여하도록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개선방안도 수요예측의 합리성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솔루션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IPO 제도 개선방안 中 수요예측 참여자격 합리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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