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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Radar]홈플러스 '뇌관'된 RCPS 투자, LP들 투자 방식 바꿀까RCPS 안정성에 회의적 시선, 대안 없어 빡빡한 조건 요구 '관측'

윤준영 기자공개 2025-03-14 08:06:03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관출자자(LP)들이 프로젝트펀드 출자 시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전망이다. 과거 11번가에 이어 홈플러스 사태까지 RCPS 형태로 이뤄졌던 투자에 문제가 생기면서 해당 구조에 대한 안정성 점검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추진하는 데 따라 주요 LP인 국민연금의 투자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기업가치 7조2000억에 인수할 당시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RCPS에 5826억원을 투자했다. 또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서 보통주 295억원을 투자했다.

RCPS는 일반적으로 계약 기간 동안 배당을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거나 보통주(주식 지분)로 전환할 수 있는 유형의 투자 상품이다. RCPS 투자자들은 배당을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돌려 받거나, 기업가치가 크게 올랐을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투자 이익을 노릴 수 있다.

프로젝트펀드의 RCPS 투자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PEF 운용사 H&Q코리아는 11번가에 RCPS 방식으로 약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프로젝트펀드에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 LP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E&F PE가 투자한 KG ETS, 2024년 제이앤PE의 솔브레인네트워크투자 등도 대표적인 RCPS 투자 사례로 꼽힌다.

RCPS는 전환사채(CB)와 비교해 회계상 자본에 좀 더 가깝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환의무가 있는 상태에서는 부채로 분류되지만 투자자가 이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분류된다. 또 배당가능재원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상환해주면 되기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RCPS가 보통주보다는 하방이 막혀 있기 때문에 종종 선호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작년 11번가와 올해 홈플러스 사태까지 겪으며 RCPS의 '안정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LP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RCPS는 기본적으로 배당재원이 있을 경우에만 상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환 가능성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과거 다수 프로젝트펀드에 RCPS 투자 방식이 쓰였기 때문에 상환 가능성을 따지기보단 관행적으로 투자하는 LP들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11번가 RCPS는 SK스퀘어가 5~6년 후 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환 시점에 회사의 공정가치를 평가해 상환하되 최소 연 3%의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결국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투자자들이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홈플러스 사태 역시 MBK파트너스가 해당 RCPS를 회계상 자본으로 인식하면서 국민연금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다만 SK스퀘어가 가진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이 올해 말 다시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금 상환의 길은 아직 열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SK스퀘어와 FI가 함께 11번가 매각을 공동 추진하며 투자 회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국내 LP들이 RCPS 투자 구조를 좀 더 꼼꼼히 살필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상환 주체를 명확히 명시하는 것에서부터, 아예 상환 책임을 발행사에서 모회사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만약 발행사가 배당가능재원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모회사가 이를 대신 갚아줄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RCPS보다는 전환사채(CB) 형태를 선호하는 투자자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행사로서는 상환의 의무가 더 크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만약 투자자들이 RCPS보다 CB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면 이를 거스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RCPS보다는 CB 발행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RCPS 투자 구조를 정할 때는 발행사와 GP(운용사), LP들 사이의 협의에 따라 주주간 계약사항을 정할 수 있다"며 "설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의 요구 사항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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