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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주관, 대형사 독식 없다"…증권사 別別 전략 [수요예측편]⑩대형사, 투자가 발굴···중소형사, 신규 발행사 집중

조화진 기자공개 2012-04-20 13:17:11

이 기사는 2012년 04월 20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이 시작되면 회사채 주관·인수시장은 대형 증권사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는 게 그간의 예상이었다. 뛰어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총액인수에서 아무래도 유리할 수 밖에 없는 대형 증권사들이 주도권을 틀어쥐고 중소형사들이 그 장벽을 뚫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중소형사들은 총액인수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투자은행시장에서는 부분적으로 인수단에 끼거나 리테일채권을 일부 소화하는 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투자은행 시장이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되는 청사진을 바탕에 두고 있는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회사채 시장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공존 내지 경쟁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인력과 자본 확충에 나서면서 리스크분석이나 인수능력을 키우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는 건 아니다.

또 회사채 발행사와 투자자 역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 기관투자가와 그 외 투자자의 구분이 확실한 편이다. 기관투자가는 A급 이상의 우량 채권만을 투자대상으로 하고 있고 비우량채권은 일부 운용사와 소규모 금융기관 및 개인 대상으로 팔리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대규모 회사채에 영업을 집중하고 신용위험이 있는 발행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증권사 신디케이션팀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든 중소형 증권사든 수요예측 시행을 앞두고 확실한 영업 전략을 세운 곳은 없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기본기를 더 다지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 및 인력 영입을 하는 것은 공통된 과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예측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전 증권사가 공감하고 동참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수요예측 제도 시행을 위한 규정들의 자율성을 허점으로 보고 편법을 쓰려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형사, 투자가 확보 및 회사채 수요처 발굴 전략 절실

대형 증권사는 수요예측을 앞두고 투자자 저변의 확대, 수요기반 확대를 위한 상품 개발, 영업팀과의 협업을 위한 전략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대략 20~50개 정도다. 궁극적으로 이번 회사채 발행 시장 정상화 방안을 통해 해외채권(KP) 발행처럼 하겠다는 게 목표지만 현재로서는 마케팅을 할 투자가들이 많지 않다. 어느 증권사들이라도 기관투자가들은 만나고 영업을 할 수 있어 대형사만의 경쟁력을 갖기도 어렵다.

결국 투자자 범위를 확대하는 게 대형사들의 목표다. 몇몇 증권사들은 외국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인수에 나선다면 제한된 기관투자가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증권사 자체가 갖는 시장 내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수요예측 등 새로운 제도가 나오면서 증권사들의 경쟁구도가 무조건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것에서 평판(Reputation)으로 옮겨갔다"며 "어느 증권사가 시장 내 평판이 좋은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지, 외국 투자자 확보가 가능한지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사들은 대규모 발행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확보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당장 회사채 수요시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사들의 우려는 클 수 밖에 없다"며 "만약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사들의 손절매를 기대하면서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이나 삼성증권은 운용 북(Book) 규모를 5000억원까지 늘렸다. 동양증권은 국내 최대 리테일 지점망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채권 인수에 나서고 있다. 그 외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내부적으로 IB와 영업팀이 협업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대우증권은 다른 대형 증권사들처럼 운용북이 있거나 촘촘한 리테일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대신 내부에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구조화 상품이나 다른 금융 상품에 편입시켜서 회사채 수요처를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 3월 CJ헬로비전이 낮은 금리로 발행하게 됐을 때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일각에서는 대형사의 무리한 금리 낮추기 경쟁이라고 했지만, 대우증권 내부적인 니즈(needs)와 발행사의 요구가 딱 맞았던 케이스다. 절대적인 금리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신용등급과 금융상품에서 요구하는 수익률만 맞다면 회사채 소화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예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발행시장 개선에 맞춰 투자자 저변 확대 및 유통시장 활성화까지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증권사가 크든 작든 결국 마케팅과 영업이 본업임을 감안할 때 대형 증권사는 대규모 발행에 대비한 수요처 발굴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중소형사, "리스크 분석·리테일 자신있어"…틈새시장 공략할 것

단순한 자금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만으로 대표주관사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발행사마다 딜을 따 낼 수 있는 포인트가 다른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한 중소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예전 보다 더 틈새시장 확보가 절실해진 시기가 왔다"며 "나름의 트렉레코드를 쌓고, 강점을 보일만한-발행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행사 중에는 대표주관사가 기피하는 곳도 있고, 중소형 증권사를 선호하는 곳도 있다. 발행사마다 원하는 대표주관사는 차이가 있다.

수요예측의 첫 대상 기업이 된 AJ렌터카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AJ렌터카는 현재 BBB+인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여지가 있고 채무상환 불이행 위험이 낮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의 유니버스에서 제외돼 있어 대형 증권사들이 인수에 나설 수 없다.

발행사에서도 대형증권사에는 아예 RFP조차 주지 않았다. 발행사가 원하는 것은 뛰어난 리스크 관리 능력이나 자본력이 아니라 자신의 채권을 기꺼이 인수할 의향이 있고, 리테일로 판매할 수 있는 탄탄한 영업망이다.

일각에서는 중소형사들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중소형사들은 대형사 보다 리스크 관리에 자신감을 보였다. H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가 건설사나 BBB급 기업 채권들을 외면할 때 시장에서 소화시킨 것은 결국 중소형사들"이라며 "리스크가 높은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삼으면서 쌓인 리스크 관리 노하우들이 있는 한 중소형사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개역할을 할 증권사들은 필요하다. 발행 절차가 바로 잡힐 경우 채권시장이 발행 시장과 유통 시장으로 분리되고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간의 역할 분담도 어느 정도 예상된다. E 증권사 임원은 "대형 발행사의 딜 대표주관을 당장 맡지는 못하겠지만 인수사로 참여해 트렉 레코드를 쌓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로 봤을 때 중소형사도 충분한 트렉레코드가 있고 영업 시스템과 전략만 잘 갖출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만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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