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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바보…반대로 투자하면 돈 번다" [하우스 분석]②윤종엽 밸류파트너스 대표

이상균 기자공개 2013-12-30 11:05:43

이 기사는 2013년 12월 26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종엽 밸류파트너스 대표는 여의도에서 보기 드문 올드 보이(old boy)다. 1985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이제 30년이 다 되어 간다. 첫 인상도 수더분한 아저씨다. 주식 투자를 업으로 삼는 투자자문사 대표라면 세련된 복장에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를 기대할 법도 하지만 윤 대표는 거리가 멀다.

윤 대표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85년 신협중앙회다. 이곳에서 2000년까지 근무하면서 신협의 자금운용총괄을 담당했다. 자산 규모만 3조 원에 달했다. 윤 대표는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때가 신협에 몸담았던 30대 초반 시절"이라며 "주식과 채권 투자를 처음으로 접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 중반부터는 책에 빠져서 매주 2권 이상을 읽곤 했다"며 "그 덕분에 산업 흐름을 남들보다 좀 더 빠르게 이해하면서 1997년 IMF의 도래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협중앙회를 나온 이후, 윤 대표는 와이즈자산운용과 유리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드림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15년간 신협에 머문 것에 비해 이후에는 이직이 잦은 편이었다. 윤 대표는 "투자 철학에 대한 고집이 강해서 몇몇 회사에서는 경영진과 크게 다투고 회사를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이력 중 특이사항은 주식과 채권을 모두 경험해봤다는 점이다. 신협중앙회 시절부터 주식과 채권을 모두 다뤄봤고 이후 와이즈자산운용과 유리자산운용에서는 채권본부장, 드림자산운용에서는 주식운용본부장을 맡았다. 윤 대표는 "채권과 주식 중 한 곳에만 경험이 쏠려있으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편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와 대화를 나눠보면서 느낀 점은 '특이하다'는 것이다. 그는 여의도 투자업계에 근무하는 사람, 일명 여의도 맨들과 일절 만나지 않는다.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현혹되고 쏠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다는 이공계 전문가나 각 산업 분야별 전문가, 학자 등과 5개의 스터디모임을 조직해 만나고 있다.

기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투자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윤 대표는 "국내 투자시장에는 특정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가 조금만 잘나간다 싶으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폰지 게임처럼 자금을 운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며 "밸류투자자문은 이런 포트폴리오 복제와 폰지 게임을 절대 하지 않고 최대한 길게 영속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내고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이 목표"라며 "80세까지 일을 하면서 나중에는 후손들에게 회사를 물려 줄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가 투자할 때 많이 참고한다는 바보 이론도 흥미롭다. 윤 대표는 "매년 말에 주식, 환율, 채권 등 전문가 10명에게 다음 해 시장 전망을 물어본 뒤, 그들의 예상과 정반대로 투자하면 대부분 수익을 올렸다"며 "시장에 많이 안 알려졌지만 2000~2010년에 이런 방식으로 투자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로스의 투자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윤 대표는 "소로스의 경우 자신의 판단이 항상 틀릴 수 있다며 완전히 반대되는 시나리오를 5개 이상 만들어 시험해보곤 했다"며 "이 같은 방식은 발생 가능한 상황을 미리 예상해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일정 법칙이 계속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주식시장은 선순환과 악순환 구조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관성의 법칙처럼 반복한다"며 "이 과정에서 버블이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폐전쟁'이라는 책에 나온 ‘양털 깎기' 이론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외국계 IB들이 신흥국의 주가에 투자해 자금이 돌기 시작하면 소비와 생산이 늘고 다시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렇게 신흥국의 양털을 한껏 자라게 만든 뒤, 경제위기를 통해 한 번에 양털을 깎아서 가져간다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가치투자의 핵심은 낮은 기대수익률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치투자는 기대수익률이 6%대에 그치며 변동성도 낮다"며 "기대수준을 낮춰야 가치투자를 통해 거둔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투자는 시장 흐름을 이리저리 좇으며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며 "주가흐름은 큰 의미가 없으며 확고한 투자 철학과 기준에 따라 매일매일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종목을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윤 대표는 미국 투자시장의 변화를 예로 들며 확고한 투자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1900~1970년까지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여유자금을 가지고 투자 했지만 항상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쳤다. 이래서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자체적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원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처럼 수익률이 잘나오는 곳만 쫓아가서는 답이 없었다. 이보다는 투자 철학이 확고한 투자자문사 혹은 자산운용사에게 장기적으로 돈을 맡겨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대학기금들의 투자 수익률은 크게 호전됐다고 한다."

◆윤종엽 밸류파트너스투자자문 대표

△1985~2000 신협중앙회 자금운용과장

△2000.7~2003.7 와이즈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

△2003.7~2005.3 유리자산운용 채권본부장

△2005.4~2006.9 유진자산운용 투자자문이사

△2006.10~2012.1 드림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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