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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PB' 다시 보기 [thebell note]

윤동희 기자공개 2014-01-09 08:46:49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8일 0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B는 은행의 VIP 고객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때문에 은행들은 PB를 뽑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자격증, 실적, 인성, 평판 등 전방위적인 검증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PB를 엄선해 뽑는다 해도 결국 PB 간에 실력차가 생긴다.

익명을 전제로 받았던 한 은행 PB 센터의 실적을 보면 상위 20%의 PB가 센터 매출의 절반을 올리고 있었다. 어떤 PB는 하루에 한번꼴로 고객과 거래를 했고, 어떤 PB는 겨우 열흘에 한번 거래를 일으켰다. 이 센터는 해당 은행의 핵심 점포로 꼽히는 센터인데도 문제 사원이 몇 명이나 섞여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센터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 은행에서 진행하는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는 PB의 구성이 전년도, 그 전년도와 비슷한 것을 보면 대략 추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상위 20%가 80%의 실적을 책임진다는 내용의 파레토 법칙까지는 아니지만, 잘난 PB와 못난 PB가 갈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한 센터에 PB가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0명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한 두명의 PB가 센터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PB와 센터의 실적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은 하위권 PB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다른 인력으로 교체하고 싶은데, PB는 선발 기준이나 업무 성격상 근속 연수가 길어 쉽게 자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매달, 매해, 전기 대비 실적이 얼마나 올랐는 지를 체크하는 입장에서 하위권 PB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보낸다고 해도 당장 해당 PB가 맡고 있던 고객 관리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2년 넘게 꼴찌를 면치 못하던 하위권 PB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은행 PB 관리자가 있었다. 마침 해외 출장 기회가 있어 오랜 기간 자산관리 영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해외 은행 관계자를 만나 고충을 토로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뜻밖이었다. 고충에 공감하거나 쉽게 인력을 자르는 비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는 그런 도태되는 PB가 없다"는 게 그들 답이었다.

그들의 요지는 소양이 있는 인재를 뽑았기 때문에 그것을 잘 발현시켜 줄 수 있는 양성 프로그램만 있으면 모두 좋은 PB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결국엔 평균적인 기대치를 PB들이 따라 온다고 한다. 날 때부터 잘난 PB, 못난 PB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PB로 채용한 인력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깔고 간다.

무조건 해외 사례가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접근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데 힘을 싣고 싶다. 관점을 달리해 보면 PB는 월급을 더 받기 위해 센터에 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은행이 이익을 내기 위해 PB를 영업전선에 배치한 것이다. 좋은 PB는 수익을 올리고 싶은 은행이 책임지고 양성해야 하는 것이지, PB 개인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PB가 따라오기까지 기다리는 자세는, 자산관리 사업을 육성하는 단계에 있는 은행이 가져야 하는 태도다. 못나 보이는 PB를 자르고 포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미다.

여담으로, 하위권 PB로 고민하던 국내 은행 관계자는 해당 PB를 만나 현실을 냉정하게 설명해주고 나름의 회유책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PB는 지난해 말 결산에서 목표 대비 달성 실적 부문에서 다른 PB를 제치고 일등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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