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굵은 면발' 승부수 통했다 [유통가 신성장전략]7분기 연속 역성장 행진 끊어…'짜왕' 대히트 효과
이경주 기자공개 2015-07-17 08:30:36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6일 16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라면 1위 사업자 농심의 지난 수년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2011년 하얀국물 라면돌풍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이더니 2012년 말 알짜 삼다수 판권마저 잃으면서 매출이 역주행 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간식시장 다변화와 2~3위 업체들의 맹추격 등으로 매출 후퇴를 거듭했다.이같은 상황에서 농심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초 밝힌 신사업 계획은 뜻밖이었다. 굵은 면발 신제품 '우육탕면'을 선보여 새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거창한 해외진출도 아니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다. 부진탈출 승부수로는 약해보였다. 게다가 우육탕면도 결국 빨간라면이라는 점에서 자기시장 잠식(카니발리제이션) 우려도 나왔다. 라면점유율 60% 이상인 농심 입장에서는 모험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농심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우육탕면이 초기 좋은 반응을 얻은데 이어 지난 4월 후속으로 출시된 굵은면발 짜장라면 ‘짜왕'이 대히트를 쳤다. 농심은 이들의 선전으로 올해 2분기 오랜 역성장행진이 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6일 다수의 증권업체들은 올해 2분기 농심의 플러스 성장을 점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농심이 올해 2분기 매출 521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6.3% 증가할 것으로 점쳤으며, 하이투자증권은 5.9%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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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매출이 플러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8분기 만이다. 농심은 2013년 3분기이후 올해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왔다.
상황을 반전시킨 일등공신은 굵은 면발 제품, 특히 대히트를 친 ‘짜왕'이 꼽히고 있다.
농심은 우육탕면과 짜왕 판매량이 지난 10일 기준 5000만개를 돌파했다고 처음 공개했다. 4월에 출시한 짜왕이 3400만개, 1월 출시한 우육탕면이 1600만개다. 전 국민(5100만명)이 농심 굵은 면발 제품을 한번 씩 먹은 꼴이다. 짜왕은 출시 한 달만에 월간 라면판매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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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은 짜왕이 5번째 1000억원대 파워브랜드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브랜드는 농심 신라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의 최대 공신은 라면 점유율이 전년동기 61.4%에서 이번 분기에 62%대로 올라선 점"이라며 "통상 비빔면 성수기인 2분기에는 농심 점유율이 전 분기대비 2~3%포인트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분기는 소폭 하락에 그쳐 점유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농심의 도전은 굵은 면발이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어 쪼그라들고 있는 국내 라면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은 2013년 2조100억원, 2014년 1조9700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 1월~5월까지 규모도 76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하지만 농심 짜왕은 기존 농심 파워브랜드인 짜파게티 시장을 크게 잠식하지 않고 새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짜왕의 매출액은 월간 80억~100억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기존 대체품인 짜파게티의 월간 매출액은 지난해 70억~100억원 수준에서 최근 60억원 정도로 제한적으로 감소해 우려했던 잠식 효과도 작다"고 설명했다.
농심이 성공하자 오뚜기도 최근 서둘러 짜왕 미투제품 개발에 나서 이달 말 중으로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하반기에도 굵은 면발 신제품 4~5개를 추가로 출시해 트렌드를 확실히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 시장 주요 품목인 국물라면, 짜장라면으로 합격점을 받았기 때문에 굵은 면발 제품의 인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수한 품질과 차별화된 면발로 국내 시장에서라면의 위상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고삐를 당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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