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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특수은행]성장 좌표 안보인다[기업은행①]신성장사업 부재, 성장동력 축소..성과주의 도입 갈등

안경주 기자공개 2016-01-20 14:43:37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8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는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골든타임입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사진)이 지난 2015년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계좌이동제와 개인종합자산관리제도 시행,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최근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2년 연속 증가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등 미래시장을 선점하지 못하고 더딘 추진력만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성장의 좌표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좌초…신성장 사업 정체

태생적으로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란 성격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그간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인 '기술금융'과 '핀테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초 금융 정부 관료가 "일자리를 확대하라"고 말하자마자 권 행장은 채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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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기업은행이 적극성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또 지난해 핀테크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 전담부서인 핀테크사업부를 신설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는 존재한다. 예컨대 기업은행은 신규 사업을 진출함에 있어서도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대출 시장을 도외시할 수 없다. 기업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부문을 특화시키겠다고 계획을 세운 이유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은 영업위험이 높고 안정적인 사업운영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외부 평가가 나왔다는 점은 전략의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총괄했던 미래기획실장과 핀테크 사업을 맡은 핀테크사업부장은 모두 권 행장이 발탁한 인물이다. 또 추진 전략 등 세세한 부분까지 권 행장이 직접 챙겼다.

◇정부의 배당정책, 성장동력 축소…성과주의 도입 놓고 노조와 갈등

배당성향
정부의 배당장려정책으로 기업은행의 금고에 돈이 쌓이지 않아 성장동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을 40%까지 높일 방침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기재부에 1411억 원을 배당했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23%에서 2014년 25.3%, 2015년 29.9%까지 높아졌다. 올해는 30.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내부에서조차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앞으로 벌어들일 순익을 자기자본으로 쌓아두기 힘들다는 점에서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대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향후 공격적인 영업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장동력 축소로 '2016년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이란 권 행장의 취임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4년 말 자산기준으로 글로벌 103위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권 행장이 2014년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3년 내 100대 은행에 진입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을 때 105위(2012년 말 기준)였다. 2년 동안 두 계단 상승했지만 향후 성장이 정체되면 추가로 순위 상승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은행의 기초체력인 기본자본을 기준으로 글로벌 순위가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자본은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자본잉여금으로 구성된다. 기업은행은 2012년 말 기본자본 기준으로 글로벌 111위 은행이었다. 순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정책으로 이익잉여금 등을 쌓지 못하면서 2014년 말 기준 112위 은행으로 한 계단 떨어졌다. 다른 특수은행인 산업은행이 같은 기간 69위에서 62위로 껑충 올라선 것과 대조된다.

기업은행 한 부행장은 "정부 통제로 M&A 등을 통한 자산 확대도 쉽지 않고 이익을 쌓아 기초체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은행 글로벌 순위

권 행장이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적극 추진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생긴 점도 기업은행이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성과주의 관련 내용을 준비해 왔다. 권 행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TF를 구성해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업무 계획에 성과주의 도입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나기수 노조위원장은 "성과주의 도입의 전제조건인 개인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직원들은 (성과주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과주의 결사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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