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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의 아리송한 태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채권단 "공동대응 입장 분명히 해라" 통보

안경주 기자공개 2017-01-20 09:20: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9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에 휘말린 동양생명보험이 다른 피해 금융회사들과 공동대응에 나설까. 동양생명이 최근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피해를 본 금융회사(이하 채권단)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채권단과 별개로 단독 대응에 나섰던 만큼 의외의 행보다.

업계 일각에선 채권단의 공동조사 결과발표를 앞두고 동양생명이 채권단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최근 열린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 관련 채권단 회의에 참석했다. 그동안 단독대응을 해왔으나 이날 이례적으로 채권단에 요청을 하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단독 대응을 하겠다며 채권단의 참석요청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던 동양생명이 최근 회의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며 "회의에서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피해를 본 금융회사는 19곳으로 파악된다. 동양생명이 가장 큰 규모의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했고 화인파트너스, 효성캐피탈, HK저축은행, 신한캐피탈 등이다. 이 가운데 동양생명과 피해 규모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DGB캐피탈을 제외한 17곳의 금융회사가 채권단을 구성, 공동대응에 나섰다.

채권단 간사는 화인파트너스, 조은저축은행, 효성캐피탈 등 7곳이 맡았다. 현재 삼일·삼덕회계법인을 선정해 중복 대출이 실행된 담보물 확인에 착수하고 냉동창고 공동경비 등에 나섰다.

채권단은 동양생명의 회의참석 의사를 전달받고 공동대응 참여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예상과 달리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채권단 분위기만 파악한 채 돌아갔다는 게 채권단 회의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채권단 관계자들은 동양생명의 불명확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동양생명의 불명확한 태도와 관련해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과 공동대응을 할지, 단독대응을 지속할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동양생명의) 답변에 따라 향후 채권단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논의해 봐야 할 듯 하다"고 전했다.

채권단 일각에선 담보물 전수조사 결과발표를 앞두고 동양생명이 채권단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회계법인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중복대출 규모를 확정,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당수 담보물이 동양생명과 중복대출로 엮여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법정소송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동양생명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에서 법적소송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은) 법적인 자문을 구한 결과, 창고 보관증을 토대로 날짜가 우선 등록된 곳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기사건과 관련해 최근 동부지검에서 고소인 진술조사를 마치는 등 사건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동양생명 측에서 상황 파악에 나섰고, 그 일환으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동양생명은 여전히 채권단과의 협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채권단과)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양생명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육류담보대출 잔액은 3803억 원이며, 이 중 연체금액은 2837억 원이라고 밝혔다. 또 육류담보대출 관리과정에서 담보물 창고검사 중 부분적으로 담보물에 문제가 발견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전체 피해 규모는 최대 6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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