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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 리테일 패러다임 바꿨다 안정적 수익다각화 기여...정일문 부사장 변화 주력

김슬기 기자공개 2018-01-31 09:16:00

이 기사는 2018년 01월 25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의 '리테일 패러다임 전환'이 통한 것일까. 한국투자증권이 2015년 "주식 브로커리지(BK) 위주의 리테일 영업에서 자산관리(AM)로 전략의 축을 옮기겠다"고 선언한지 3년 만에 이를 달성했다. 여기에는 지속적인 내부 역량 강화와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소싱이 한 몫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상품 차별화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사와 내부 기업금융(IB) 본부와의 시너지가 한 몫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도 처음부터 사업방향의 전환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를 외쳤던 2015년만 해도 BK 부문 수익이 AM 부문 수익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하지만 몇 년간의 체질개선을 통해 이제는 양쪽의 수익이 비슷해졌고, 시장 상황만 애타게 바라보던 천수답 영업 전략도 탈피하게 됐다. 관건은 이같은 다변화되고 안적적인 수익 구조를 영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 인적쇄신·제도 변화로 체질 개선...정일문 부사장 리더십 주목

사람이 변해야 영업이 변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4~2015년 회사의 영업방향이 달라지면서 주식 매매에 강점이 있었던 일부 직원이 이탈하는 등 진통을 앓기도 했다. 하지만 리테일 패러다임 변화는 회사가 포기할 수 없는 방향이었다.

변화의 특명을 띄고 부임한 인물은 현재 개인고객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일문 부사장이다. 인베스트먼트 뱅커로만 20년 넘게 근무한 정 부사장은 2015년말 WM사업 강화의 특명을 띄고 개인고객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임 직후 정 부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 지점 및 PB센터를 돌면서 직원들의 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 부사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VOR(Voice Of Retail) 제도도 본점과 영업점 간 소통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VOR은 각 영업지점의 직원들이 분기에 한 번 정도 모여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다.

정 부사장 취임 첫 해 AM 강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지만 BK 수익 뿐 아니라 AM 수익까지 줄어들자 인적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2015년 BK순영업수익은 1795억원에서 1375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장변화에 따라 BK수익은 움직일 수 있었지만 AM 수익도 1097억원에서 981억원으로 줄자 그해 말 정기인사에서 지점장급 직원 절반을 교체했다.

정 부사장은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평가나 보상, 고객관리, 교육, 문화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이 중 눈에 띄는 변화는 PB팀제의 도입을 들 수 있다. 2016년 일부 PB센터를 중심으로 PB팀제를 시행하다가 2017년 들어 해당 제도를 전 영업점으로 확대시켰다.

PB팀제는 5~6명의 PB로 팀을 구성해 각 팀원이 정보탐색, 자료정리, 문제해결, 의사결정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고객에게 토탈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PB들이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팀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영업팀장의 직급을 신설했다. 영업팀장의 경우 외부 영업을 하지 않고 관리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직급수당이 주어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촘촘한 고객관리가 가능해졌다"며 "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직원들의 역량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내부 IB·계열사 협업 효과 '톡톡'...장기적 안착 여부 관심

한국투자증권은 영업환경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PB들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데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계열사와 내부 본부 협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과정에서 IB 전문가인 정일문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기업을 보는 눈이 탁월한 정 부사장이 소비자들 입장에서 돈이 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2016년에 나온 한국투자성장기업사모펀드편입신탁, 2017년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출자지분신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명 프리IPO펀드로 불리는 이 상품은 2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는 등 인기를 끌었다.

해당 신탁은 계열 벤처캐피탈(VC) 회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유망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비상장 기업에 관심이 있는 개인 고객자산가들에게 타사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상품을 제공했다는 평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사모 위주의 부동산펀드에서 벗어나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시장에 선보였다. 2016년에 출시된 '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부동산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은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부가 공을 들인 상품이었다. 펀드분석부는 2016년부터 공모 부동산펀드 출시를 위해 금융감독원을 설득했고, 이후 티마크 그랜드 호텔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해당 상품의 흥행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소싱한 '한국투자도쿄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 '한국투자중소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 등도 인기를 끌었다. IB본부와는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 메자닌신탁, 부실채권(NPL) 신탁 등을 개발, 1700억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들은 고객들의 단기자금을 상당부분 중장기로 이전시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었고, 외부의 신규자금을 유치해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제 관심은 이같은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쏠린다. 증시가 크게 오른 지난해 이같은 AM 부문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이 다수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증권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증시만 바라보는 천수답 경영 전략이었는데 이런 문제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고객 자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AM 중심의 수익구조가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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