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무리한 직매입 확대에 병목 현상 심각 상품 입고·정산 시스템 먹통…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유명무실'
서은내 기자공개 2018-02-22 08:22:02
이 기사는 2018년 02월 21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물류센터 캐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로켓배송 사업이 확대되면서 상품 매입·재고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쿠팡 납품 업체들은 물건을 납품하고도 수개월째 상품 등록이 지연돼 대금 정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쿠팡 측은 이같은 상황의 원인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지만 물류센터 캐파 부족과 내부 조율 시스템 부재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1조 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쿠팡은 누적적자가 계속돼 자체 자금 여력만으론 투자 확대가 힘든 악순환에 빠져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 납품업체들은 로켓배송 사업의 혼선으로 거래 중단에 나섰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주력해온 핵심 사업이다. 쿠팡은 물건을 직접 매입해 고객에게 배송 판매한다. 하지만 직매입 규모를 무리하게 늘리는 과정에서 재고 관리에 병목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납품업체들에 물건의 발주는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이에 맞춰 재고를 관리, 처리할 인력이나 물류 캐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경쟁사 대비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로켓배송이다. 로켓배송 사업은 기본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감내해야 한다. 물류창고 운영 인력, 체계 구축에 대규모 자금 지출이 필요하다.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유치한 1조1000억 원 가량의 자금도 로켓배송 사업 확대과정에 대부분 투입됐다.
쿠팡은 최근 인천 물류시설 내 4개 센터를 통합, 개편하고 추가 센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최근 천안에 건물면적 1만6000여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열었으나 규모가 인천과 덕평 센터의 절반 수준이다. 쿠팡은 3만 평 규모의 인천과 경기도 덕평 물류센터를 비롯해 총 10여곳의 물류센터를 두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현재 물류만으로도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쿠팡 내부에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자금이 있을 지 미지수다.
2016년 쿠팡 로켓배송 상품 매출 규모는 약 1조7000억 원이며 지난해 최소 2조3000억 원으로 규모가 3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2015~2016년 동안 누적 적자규모도 1조1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역시 수천 억 수준 적자가 예상된다.
이미 로켓배송 직매입 대금 정산 부분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로켓배송 납품업체들이 이용해왔던 외담대는 지난 연말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외담대란 유통·제조업체들이 납품업체에 물품 구매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대신, 납품업체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하는 제도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대금 지급에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외담대를 사용하며, 쿠팡도 이용해왔다.
로켓배송 납품업체들은 쿠팡 측에 약 30%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 사이트 매출이 잘 나오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활용이 가능하다보니 쿠팡과 거래를 이어왔다.
하지만 쿠팡이 납품업체들에 발주하는 금액이 커지면서 외담대 한도가 부족해졌고 최근에는 외담대 신청이 어려워졌다. 대부분 업체들이 상품 등록 후 50~60일이 지나서야 대금을 정산 받는 상황이다.
혼선이 확대되는데도 쿠팡은 별다른 방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류 투자를 앞으로도 확대할 것이란 얘기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자금 여력에 대해선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쿠팡이 언제까지 적자를 지속하며 로켓배송 외형을 늘릴지 의문"이라며 "물류시스템 운영이나 재고관리 노하우가 없이는 이익 기대가 요원해보인다"고 말했다.
한 납품업체 대표는 "정상적인 판매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매입을 일단 늘려 매출을 키우고 보자는 식"이라며 "쿠팡이 물류에 투자를 지속할 자금 여력이 되는지, 언제까지 얼마나 확대해야 이같은 잡음이 사라질지가 불확실한 탓에 쿠팡을 바라보는 관련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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