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 흥아해운 지원에 해운업계 '술렁' 컨테이너 담보대출 우회, 자산평가 등 논란…"정책적 지원" 해명
고설봉 기자공개 2018-10-24 09:43:17
이 기사는 2018년 10월 22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아해운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컨테이너 기기를 유동화 하는 과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해양진흥공사가 시장가보다 높게 컨테이너 기기의 가치를 매기고, 그에 맞춰 채무보증에 나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흥아해운은 유동화전문회사인 에이치피케이 컨테이너 리싱(HPK CONTANIER LEASING S.A, 이하 HPK)에 컨테이너 기기 4689개를 매각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처분 금액은 1000만달러(한화 약 113억원)이다. 흥아해운은 채무보증 기간이 끝나는 3년 뒤 컨테이너 기기를 다시 매입하기로 약정하고, 그 동안은 매각한 기기를 HPK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는 세일앤리스백 계약을 맺었다.
이번 컨테이너 유동화는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흥아해운은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을 활용하기 위해 SPC인 HPK를 세워 유동화 창구로 활용했다. HPK는 컨테이너 매입 대금을 부산은행에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진흥공사가 차입금의 95%인 950만달러(한화 108억원)에 대해 보증을 섰다. 나머지 약 5억원에 대해서는 흥아해운이 직접 부산은행에 연대보증을 제공하며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또 흥아해운은 연대보증과 별도로 HPK를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에 선박 3척(흥아울산호, 2여수파이오니어호, 3여수파이어니어호)을 담보로 제공했다. 각각 채권최고액을 1000만달러(한화 약 113억원)로 설정했다.
하지만 HPK 설립 및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제공, 유동화 등 일련의 과정을 두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 매각 대금을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논란이 있다.
이번 컨테이너 매각가는 1000만달러(한화 약 113억원)이다. 이는 흥아해운이 계상한 장부가격을 그대로 반영해 책정한 금액이다. 해양진흥공사는 별도 실사를 거치지 않고 흥아해운에서 제시한 매각가를 그대로 받아 들였다.
금융권에서 대출 등을 위해 자산의 가치를 매길 때는 실사 및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에 흥아해운이 유동화 한 컨테이너 기기의 시장가격이 최저 약 750만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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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진흥공사가 객관적인 기준 없이 흥아해운이 제시한 장부가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추후 공식 지원 프로그램의 신뢰도에도 리스크가 생겼다. 각 해운사마다 컨테이너 기기의 장부가 산정 기준이 다른 상황인 만큼 다른 해운사들이 해양진흥공사에 기기 유동화를 신청할 경우 가격 산정에 이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산정한 장부가를 기준으로 자금을 요구한다면 지원 자체가 중구난방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흥아해운과 비슷한 규모의 고려해운, 장금상선의 경우 컨테이너 기기의 장부가격 산정 방식은 제 각각이다. 장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취득원가, 추정내용연수, 감가상각방법 등이 각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에 대해 흥아해운 관계자는 "외부 감정법인을 선임해 인천항에 적재된 컨테이너 기기 등을 대상으로 공정하게 자산 평가를 거친 자료를 해양진흥공사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HPK 설립과 소유주에 대한 의혹도 커진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서는 HPK 설립을 해양진흥공사가 진두지휘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유동화는 서류상으로 흥아해운과 HPK 간에 컨테이너 기기 매매가 이뤄졌고, 이를 흥아해운이 매각 후 재임대 하는 형식이다. HPK는 지난 9월 3일 파나마에 설립된 SPC이다. HPK의 책임자로 흥아해운 재무팀 소속 직원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셈이다. 흥아해운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 페이퍼컴퍼니에 해양진흥공사가 신용공여 등 자금 지원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이처럼 해양진흥공사와 흥아해운이 복잡하게 컨테이너 기기 유동화를 한 것은 컨테이너 기기 자체가 담보대출이 불가능 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컨테이너 기기 담보대출은 불가능하다. 컨테이너 기기는 전 세계 바다와 내륙에 산개해 정확한 위치와 손상 정도 등의 파악이 쉽지 않고, 망실의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해수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흥아해운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이며, KSP 내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해 해운재건 계획의 지원 일정에 따라 정당한 절차대로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SPC 설립에는 절대 관여한 적이 없고, 자산 가치에 대해서도 공정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흥아해운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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