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07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자동차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약 10년전 아픔을 알기에 쉽게 언급하기도 어렵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꺼려지는 기업이다. 그 당시 봤던 모습이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직장을 잃는다는 무서움도 있지만 물리적인 고통이 가해지는 찰나에 느꼈을 공포는 감히 감정이입하기 어렵다.10년이 흐른 지금 쌍용차는 다시 위기다. 최대주주 마힌드라가 애초 언급했던 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거론된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무턱대고 도움을 주기에는 부담이 크다. 과거보다 사안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쌍용차 주인인 마힌드라의 존재다. 그들이 '먹튀' 성격을 가졌다면 악의 축으로 몰아가면 되지만 그러기 힘들다. 그들은 M&A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2016년 한 해를 빼고는 대규모 손실을 지속한 탓에 배당금을 챙기지도 못했다. 기술 유출도 마찬가지다. 마힌드라는 이미 전기차 레이싱 대회에도 참가하는 곳이다. 책임이 있다면 성공적인 M&A를 하지 못한 무능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도 지원을 역설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모든 국민이 힘들다. 특히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어민 등 쌍용차 임직원보다 저소득층에 속하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청년층은 취업길이 막혔다.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과거 쌍용차에 연민을 느끼던 것과는 다른 시선이 늘어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전히 쌍용차 정상화를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10년 전부터 쌍용차는 일반 기업의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사안으로 취급됐다. 아직도 그런 이미지가 남아 있고 한쪽에서는 과거보다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쌍용차에 필요한 것은 정치와 거대 담론이 아니라 연인과 가족을 태우고 싶은 차를 만드는 트랜디한 기업이라는 시선이다.
산은을 포함한 금융당국,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리고 쌍용차 스스로가 결정한 선택이 쌓이고 쌓여 현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초라하다. 쌍용차에 대한 지원 문제는 바둑으로 따지면 둬서는 안 될 수, 반전을 이루기 어려운 수를 말하는 '빈삼각'을 마주한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산은을 비롯한 정부에서 지원하는데 신중함과 미래를 내다보는 정교한 안목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과 정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두렵다. 어쩔 수 없이 전면에 나선 이동걸 산은 회장이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낼 묘수를 발휘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또 쌍용차는 스스로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고, 그들보다 더 힘든 협력사들의 아픔에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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