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M&A 법정다툼]갑자기 등장한 '재매각시 우선협상권', 2주만에 소멸21일 홍원식 회장·한상원 사장 증인 출석, 4시간반 설전 '극한 대립'
김경태 기자공개 2022-06-23 08:29:57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인수합병(M&A) 본안소송에서 당사자들이 정면충돌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약 4시간 반 동안 소송 대리인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쟁점은 이전처럼 백미당(외식사업부) 분사와 오너일가 예우, 쌍방대리였다. 직전 증인신문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별도합의서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해당 문서에는 한앤컴퍼니가 향후 남양유업을 재매각할 때 홍 회장이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피고 측에서 직접 밝혔기 때문이다.
◇'김빠진' 별도합의서,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21일 남양유업 법정다툼 본안소송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달 7일 함춘승 피에이치컴퍼니 사장의 출석에 이어 두번째 증인 신문이었다. 홍 회장에 이어 한 사장 순으로 진행됐다. 오후 2시에 시작해 6시 45분경 마무리됐다. 휴정(15분)을 고려하면 총 4시간 반 동안 난타전이 지속됐다.
투자 및 법조계에서 주목했던 부분 중 하나는 함 사장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별도합의서였다. LKB&파트너스는 이달 7일 함 사장을 신문하면서 양측의 날인이 되지 않은 '주식매매계약 별도합의서'라는 제목의 서류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한앤컴퍼니가 향후 남양유업을 재매각할 때 홍 회장이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홍 회장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별도합의서는 체결되지 않은 문서이며 남양유업 재매각시 우선협상권 여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LKB&파트너스는 홍 회장에 질의하며 "주식매매계약 별도합의서 알고 계시죠? 체결되지는 않았던"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면에 별도합의서와 남양유업 인트라넷을 캡쳐한 사진을 올렸다. 작년 5월 27일 별도합의서가 작성되고 저장된 시간이 담긴 사진이었다. 실제로 그 시점에 작성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우가 홍 회장에 던진 질문으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밝혀졌다. 화우 변호사는 "2주 전에 갑자기 별도합의서가 나왔다"며 "추후 남양유업 재매각 시 우선협상권을 가진다는 협의를 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홍 회장은 "별도합의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해서 K팀장한테 임원예우나 백미당 같은 거를 작성해봐라 했다"며 "그러면서 '내가 언젠가는 이 회사를 다시 찾아야 겠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K팀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이런 조항이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해프닝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백미당·오너 예우·쌍방대리 평행선 여전
양측이 집중한 큰 쟁점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백미당과 오너일가 예우였다. 먼저 신문을 진행한 홍 회장은 두 가지 조건이 매각의 '대전제'였다고 일관되게 강변했다. 자신의 대리를 맡은 엘케이비앤(LKB&)파트너스에 이어 원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질의에서도 백미당과 오너일가 예우에 대한 부분은 매각 조건에 포함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화우의 질의에 답하는 동안 잠시 흥분할 정도로 격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 회장은 "한앤코와 첫 미팅 이전에 함춘승 대표와 백미당 분사, 임원진 예우에 대해 충분히 얘기했고 확실히 보장된다고 하기에 지난해 5월 11일 처음으로 한 사장을 만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사장의 진술은 홍 회장과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사장의 설명은 지난번 함 사장의 발언과 일치했다. 그는 5월 11일 홍 회장과 만남에서 백미당이 언급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함 사장이 홍 회장의 부인인 이운경씨가 백미당을 소중이 여기는 것 같다고 설명해 첫 만남에서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차원에서 말한 것이였다고 밝혔다. 이 후 함 사장을 통해 홍 회장이 백미당을 원하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함 사장은 홍 회장이 백미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 후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한 사장은 남양유업 M&A 거래 구조가 백미당에 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방증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만약 백미당을 홍 회장이 가져가는 구조로 거래가 진행됐다면 회계 자문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에 따라 분사를 위한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더 소요됐고 상장기업이기에 이런 과정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의 쌍방대리에 관한 문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홍 회장은 매각 논의가 지속되는 동안 김앤장이 한앤컴퍼니도 대리하고 있다는 점을 몰랐다는 기존의 주장을 펼쳤다. 또 배임적 쌍방대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관해 화우 변호사는 홍 회장에 분쟁이 불거진 지 1년여가 지나는데 김앤장에 문제제기를 하는 조치를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회장은 "모든 건을 형사(소송)로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화우 변호사는 김앤장에 자문 수수료를 지급했는지 물었고 홍 회장은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 사장은 한앤컴퍼니가 김앤장을 선임한 데 대해 각 딜(Deal)을 담당하는 리더가 M&A 자문사를 선정하고 보고를 받기 때문에 자세한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다만 M&A에서 로펌의 역할은 법률적으로 대리가 아닌 자문이라고 밝혔다. 또 쌍방을 자문하는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마켓 프랙티스(market practice)"라고 말했다.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의문의 1패?
이달 7일 함 사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홍 회장이 자신을 통하지 않고 한앤컴퍼니와 SPA를 체결하기 전 다른 후보자와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홍 회장이 모 대기업과 접촉했으며 가격 제안도 받았지만 한앤컴퍼니가 제시한 금액보다 16% 낮아 거래 성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증인 신문에서 다른 후보자와의 접촉에 관해서는 부인했다. 다만 그가 LKB&파트너스와 화우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다른 최상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언급됐다. 작년 5월 5일부터 함 사장과 매각을 논의하던 초반에 한앤컴퍼니 외에 MBK파트너스도 거론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함 사장이 MBK파트너스보다는 한앤컴퍼니와 거래하는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자기가 봤을 때는 (인수 후보자로)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가 있는데 MBK파트너스는 사납고 홈플러스에서 사람들을 자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며 "한앤컴퍼니는 상당히 신사고 평판이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 MNC솔루션 고속성장, 'K-방산' 피어그룹 압도
- [DB금투 밸류업 점검]"PIB로 '투자 플랫폼' 기업 도약한다"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현신균 LG CNS 사장 승진, 'IPO 완수' 중책
- [2024 이사회 평가]'호황 수혜' 일진전기, 부진 속 희망 '경영성과'
- [2024 이사회 평가]'행동주의 타깃' DB하이텍, 선방 항목 수두룩
- LG전자, 달라진 인사코드 '최소 승진·대폭 재편'
- '침묵 길어진' 이재용 회장, 최후진술에 쏠린 눈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기업가치 상승 키워드 '신사업·주주환원·인도'
- [조주완의 밸류업 승부수]저평가 극복 시급한데…'EV 캐즘·중국 LCD 공습' 고심
- 물적분할·유증 넘치는 국장, 삼성전자가 보여준 '격'
- [Company Watch]'M&A 대어' HPSP, 호실적·고객사 다변화 잰걸음
- '삼성전자 이어 물산까지' 주담대 초유의 압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