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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부동산PF]책임준공확약형 관리신탁, '효자'서 '애물단지'로⑧달라진 업황에 부실화 가능성, 고정이하자산비율 2019년 대비 상승

전기룡 기자공개 2022-07-29 07: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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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사업지가 최근 공매로 나오고 있다. 원자재값 부담에 금리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일부 현장에서 사업 종주를 포기한 영향이다. 반면 개발 일선에 있는 증권사들은 투자여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거나 유지하고 있다. 이미 건전성 지표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더하지는 않고 있다. 더벨은 부동산 PF의 현 상황은 어떤지, 또 리스크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7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은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 중 하나다. 은행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높은 수익성을 보여준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의 부동산신탁으로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다.

부동산신탁사들도 추세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단순히 자금을 관리해주던 수준에서 벗어나 관리형 토지신탁, 차입형 토지신탁 등 상품을 늘렸다. 나아가 책임준공 의무를 져야하는 책임준공확약형 상품도 내놨다. 신생 신탁사들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공헌했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문제는 이제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실적이 감소하고 기존 사업의 미분양이 증가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단계에서 '삐끗'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책임준공확약·차입형 토지신탁이 많은 신탁사들의 위기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책임준공확약·차입형 토지신탁 부실화 우려 규모 '22조'

2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급증과 관련 금융위험 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그림자 금융은 올해 1월 말 기준 75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 중 국내외 부동산 경기에 따라 환매나 계약철회, 부실화 등이 우려되는 규모가 203조원정도다.

규모별로 따지면 해외투자부문(68조원)의 리스크가 두드러졌다. 다만 국내로 한정했을 경우에는 부동산신탁사들의 책임준공확약·차입형신탁이 22조원(추정치)으로 가장 많다. 현행 공시에는 관리형 토지신탁에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이 포함되는 구조라 추정치를 근거로 내세웠다.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은 말 그대로 신탁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이다. 기존 시공사에서 부도가 날 경우 신탁사가 사업 종주를 책임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탁사가 새 시공사를 찾는 과정을 감안해 6개월정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일반 관리형 토지신탁과 달리 책임준공 의무를 지녔다 보니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통한다.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던 탓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업성이 부족한 현장이 늘고 있다. 신탁사가 새 시공사를 찾는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의 자체 자금을 바탕으로 필수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대신 수수료가 여타 상품 대비 가장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금융당국도 차입형 토지신탁이 '고위험·고수익' 상품이기에 본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실적이 감소한 데다 기존 사업에서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부동산신탁사들의 자산건전성 악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토지신탁 수탁고 100조 달성 목전

문제는 부동산 호황기 속에서 책임준공확약형과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한 수탁고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단행한 빅스텝을 비롯해 지난해 9월부터 미분양주택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책임준공 및 차입형 상품이 많은 신탁사의 부담도 그만큼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토지신탁 수탁고 합계는 올해 1분기 기준 97조7732억원에 달하면서 100조원 문턱을 목전에 뒀다. 세부적으로는 책임준공확약형을 포함한 관리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87조2738억원,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가 10조4995억원 각각 확보된 상태다.

성장세는 관리형 토지신탁에서 두드러졌다. 신생 신탁사였던 대신자산신탁과 신영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관리형의 일종인 책임준공확약형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짰던 영향이다. 기존에는 금융지주계열 신탁사들간 경쟁이 이뤄졌으나 지금은 후발주자들의 합류로 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주요 요인이다. 중소 건설사의 부족해진 크레딧으로 인해 신탁사가 리스크를 짊어지는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 다만 신탁사들이 수주를 위해 수수료율을 낮추는 출혈경쟁을 불사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의 하락 기조를 맞아 시장점유율 역시 내림세로 돌아섰다"며 "중소 건설사 위주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에 주력한 곳들의 경우 재무건전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이 신탁사들의 부담을 방증한다. 과거 20%대에 머물렀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올해 1분기 30%대까지 확대됐다. 금융당국이 2020년을 기점으로 신탁사들의 실태 조사를 본격화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높다.

최근 디폴트를 맞은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 미래를 예단히기 힘든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KB부동산신탁을 비롯해 교보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 등 책임준공확약형 토지신탁에 집중했던 신탁사들에서 고정이하자산비율이 3년전 대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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