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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강 엔켐 대표, RCPS로 지배력 강화하나 전환가액 하향 조정, 콜옵션 활용가치 커져…6월부터 행사 가능

황선중 기자공개 2023-01-04 08:27:56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정강 엔켐 대표가 주가하락에 미소짓고 있다. 지난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가액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RCPS에 붙은 콜옵션을 활용해 지배력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전환가액은 낮아지고, 오 대표가 취득할 수 있는 주식수는 늘어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엔켐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해 6월 발행한 RCPS 전환가액이 5만9700원에서 5만5648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RCPS란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전환권’을 모두 지닌 주식이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서 RCPS 전환가능주식수는 늘어나고 있다. 기존 전환가능주식수는 66만4986주였지만, 전환가액 조정으로 71만3046주가 됐다. 전환가액은 최저 4만1790원(최초 전환가액의 70%)까지 조정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전환가능주식수는 94만9980주까지 불어날 수 있다. 현재 총발행주식수(1581만2315주)의 6% 규모다.

오 대표 입장에서 전환가능주식수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소식에 가깝다. RCPS에 붙은 콜옵션으로 지배력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한도는 전환가능주식수의 50%까지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전환가액은 낮아지고, 오 대표가 콜옵션으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수도 늘어나는 것이다. 콜옵션은 오는 6월 28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지배력 문제는 오 대표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오 대표가 엔켐 기업공개(IPO) 이전부터 외부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엔켐 최대주주 자리에는 오 대표가 아닌 벤처캐피탈(VC)인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가 앉아 있었다.


현재 오 대표 지배력은 22.53%(특수관계인 포함) 수준이다. 오 대표 개인 지분은 15.76%이며 개인회사인 와이어트그룹이 6.68%를 가지고 있다. 2대주주인 브라만피에스창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 지분은 16%다. 만약 오 대표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RCPS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도 방지할 수 있고, 2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도 늘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엔켐이 지난해 자금조달 방식으로 RCPS를 선택한 배경에도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의지가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는 전환사채(CB) 같은 메자닌 콜옵션을 통한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부터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현행 규정상 CB의 경우 콜옵션 행사한도를 발행 당시 최대주주 지분율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또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됐더라도 주가가 반등하면 다시 상향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RCPS의 경우 콜옵션 행사한도 제한 및 전환가액 상향 조정 의무에 구속받지 않아 여전히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RCPS에도 CB와 같은 콜옵션 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CB와 마찬가지로 RCPS 콜옵션 행사한도를 제한하고, 전환가액 상향 조정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엔켐은 규제 강화 전인 지난해 RCPS를 찍어낸 만큼 해당 규제에 구속받지 않는다. 콜옵션을 활용한 최대주주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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